가장깊은밤에더빛나는별빛 [953986]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2-20 21: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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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도 제목만 보고 넘기지 마시고 꼭 끝까지 꼼꼼히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처음 글 써보는 거라 많이 부족하지만 과장이나 미화는 전혀 담지 않고 제가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그리고 최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봤습니다.





1. ‘열심히’하려고 하기보다는 ‘잘’하려고 하자

저도 그랬고, 대부분의 학생들(특히 현역분들)이 열심히 하려고만 합니다. 그저 단순히 순공이 몇시간이니, 6평 전까지 무슨무슨 n제를 몇 권을 끝내야겠다던지... 등등. 이것들은 전부 공부를 위한 공부입니다. 무의미해요.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시험을 잘보기 위해서입니다. 인서울 끝자락에 걸치던 제 점수를 연고대 공대는 프리패스할 수 있을 정도로 올려놓은, 재수를 시작할 때의 저의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무작정 ‘열심히’보다는, 시험을 ‘잘’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공부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본인이 스스로 고민해보고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래도 제가 찾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부법(오답, 복기노트+ 내적대화 관련입니다)은 나중에라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잘’하려고 하십시오. ‘잘’하려고 하면 ‘열심히’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오르비에 가끔 이 커리 어떤가요? 순공은 몇시간이 적당한가요?라는 질문들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수능은 메이플 퀘스트가 아닙니다. 어떤 커리와 어떤 컨텐츠를 조합하면 1등급이 나오고, 순공 12시간을 넘기면 의대를 가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제대로만 공부한다면 n제 한권과 수특만 가지고도 만점을 받을 수 있고, 잘못된 공부를 하면 수십권의 n제와 수십 개의 실모를 풀어도 2등급언저리(제 경험상 무작정 양치기만 하면 대략 23등급 나오는 것 같습니다)밖에 못 머물 수도 있습니다. 커리에 집착하는 공부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공부 시간에 관하여 좀 더 말씀드리자면, 시간을 재는 건 무의미합니다. 시간을 재는 것이 아니라, 풀집중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머리가 지끈거려 고개를 들었을 땐 시계가 11시 쯤을 가리켜서, 내일 공부를 위해 책을 잠시 덮고, 오늘 얻었던 것들을 다시 복습해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겁니다. 중간중간 휴식은, 내가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다음 공부에 집중을 못할 것 같다! 이럴 때 하는 겁니다. 내가 3시간 수학 문제 풀었으니 30분만 유투브 봐야지 히히 이런게 절대 아닙니다!!!(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수험생이라면 핸드폰 부수세요 인강 안 듣는 분들은... 인강 듣는 분들은 유투브같은 거 다 지우시고요!!) 


2. 아는 것과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자

메타 인지라고 합니다.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생각하여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고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적 능력이라고 정의되어있네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3때의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설지 풀이를 보고, 강사의 해설을 듣고, 자신이 그냥 단순히 ‘이해’한 것을 자신이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무섭게도, 다같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이 ‘착각’때문에 등급이 나눠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물만 붓는 거니깐요. 학업과 관련이 없는 789등급을 제외하고, 3등급이하의 학생들은 자기가 교재나 강의에서 ‘이해’한 개념을 그저 자기가 ‘안다’고 착각을 하고 있기에 정체되어있는 것이고(사실 공부량 자체도 부족한 게 맞습니다), 2등급에서 1등급 초는 자신이 틀린 킬러 문제에서 쓰인 논리구조를 ‘이해’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안다’고 착각하고 있기에 아무리 열심히 하고 문제를 많이 푸는 것처럼 보여도 번번이 벽에 막히는 것입니다.

 19수능 수학 30번 문제를 떠올려봅시다. 합성함수 문제 기억나시나요? 잘나가는 수학 선생님이 n축을 그려가면서 화려하게 풉니다. 나도 보고 고개를 끄떡이면서 몇 번 따라해 봅니다. 다음에 기출을 볼 때 약간의 멍을 때리며 기억에 의존해 쓱쓱 풉니다. 오! 왠지 내가 볼 수능 30번도 이 느낌대로만 하면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신유형은 고사하고, 같은 개념을 사용하여 변형된 문제에서조차도 막힙니다. 이게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아는 게 맞습니까? 그냥 풀이를 이해한 것에 불과합니다. 아는 게 아닙니다 절대. 안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 문제에 쓰인 실전적 개념, 정의, 이 문제에서 쓰인 논리구조, 앞으로 문제가 나아갈 방향까지 모두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만 하고 넘기지 마세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풀이 과정에서 앞서 말한 것들을 스스로 떠올릴 수 있나를 꼭 손으로 쓰면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100문제를 1번씩 대충 푸는 것보다는 30문제를 3번씩 곱씹으며 풀이과정에 내가 이해만 하고 넘긴 문제가 없는지, 논리전개에 모순이나 내가 수능장에서 쓰지 못할 발상 등이 있는지(있다면 내가 수능장에서 어느정도까지를 생각해낼 수 있는지)를 세세히 점검하며 푸는 것이 1000배는 도움이 됩니다.

 


3. 공부는 꼼꼼하고 쫀쫀하게, 평소 생활은 여유롭게

대부분 반대로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정작 공부할 때는 멍 때리면서 인강을 보고 대충 몇 문제 끄적이면서, 밥 먹을 때나 이동할 때는 ‘아 시간 아까운데... Auto K Auto K’를 속으로 연발합니다. 안 돼요. 절대 안 됩니다. 공부할 때의 농도가 더 짙어야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풀집중한 상태여야 합니다. 수특을 풀건 유명한 N제를 풀건 기출을 풀건 똑같습니다. 순간순간 집중력이 높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 또한 매 순간 체크하며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다만!! 밥을 먹을 때, 어디를 이동할 때, 휴식을 가질 때는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세요. 부탁입니다. 재종에서 계단 내려갈 때 영단어 외우지 마세요 밥 먹을 때 인강 듣지 마세요. 식사할 때, 집이라면 부모님과 가벼운 얘기를, 학교나 재종이라면 친구들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면서(진짜 가벼워야 합니다. 서로 기분 안 상하게) 아 혼자 다니셔도 상관 없습니다. 저도 재종에서는 6월 이후부터는 혼자 밥 먹었습니다. 너무 외롭다 생각마시고 꼭! 긍정적인 생각을 해주세요. 지나고 나면 다 추억입니다. 여튼, 생활에서는 여유를 찾으세요. 주말에는 가끔 먹고 싶었던 것도 먹고, 운동도 한 두 시간해도 됩니다.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서 기분 전환하고 오셔도 됩니다. 이 정도 취미 생활은 오히려 공부할 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게임, 유투브, 음주, 연애(이미 커플인 분들은 상관 없습니다)는 웬만하면 하지마세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마세요. 우리 뇌의 보상체계를 망가뜨려 공부를 하는데 명백한 방해가 됩니다.(어? 내가 아는 선배는 고3때 롤 300판하고 정시로 카대의대 갔는데? 이런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입니다. 운이 좋아서 몇 문제를 더 맞았다 이런 얘기는 아니고, 말하자면 긴데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본인의 수능 성적을 필연적으로 만드셔서, 수능 시험을 들어가기 전에 이길 것을 알고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밑에도 나와있습니다.) 각설하고, 게임, 음주, 연애 이런 것들은 보상이 비교적 단기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장기간의 레이스인 수능에 방해가 됩니다. 당장 술 한잔하고, CS막타치면 돈 떨어지고, 트리플 킬하면 명예받고, 여친 남친이랑 스킨쉽하면 재밌는데, 굳이 1년 걸릴 수능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공부는 쓸쓸하고 힘든 길입니다. 그러나, 그와중에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발전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꼭 숙지하셔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시기 바랍니다. 부디 눈 앞의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늦게 먹는 마시멜로가 비교도 안 되게 달고, 보람찹니다. 


4. 조급해 하지 말자

2021 수능을 앞둔 여러분들(현역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에게 주어진 250일이라는 시간은,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현실적인 목표치에다 30프로를 더 쌓아 놓아, 수능날 변수가 생기더라도 여러분들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수를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정말 충분합니다. 조급함은 되던 일도 안되게 합니다.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다시 말씀드립니다. 방향이 맞다면, 충분한 시간입니다.


5. 나아지는 것에만 집중할 것(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와의 비교)

남하고의 비교는 절대 금물입니다. 세상엔 왜 이리 잘난 사람들이 많은지, 저 친구는 공부도 별로 안 하는 거 같은데 성적은 왜 저리 잘나오는지... 

남과의 비교는 언제나 불행으로 끝납니다. 

나와의 비교만 하십시오. 매주, 매일, 매시간 나아지는 것에만 집중하십시오. 나의 적은, 옆에 있는 내신 1점대의 친구도 아니고, 내 앞자리에서 맨날 쳐 자기만 하는데도 빌보드 첫째 줄에 붙어있는, 얼굴만 아는 친구도 아닙니다. 나의 적은 남이 절대 아닌, 1주일 전의 나, 하루 전의 나, 1시간 아니 5분전의 나입니다. 공부를 할 때에는 내가 지금 풀고 있는 문제, 혹은 외우고 있는 개념으로부터 내가 1시간 전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 그래서 다음 시험을 볼 때에는 내가 이 공부를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가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만 집중하세요. 옆에 친구가 풀고 있는 문제집, 듣고 있는 인강, 그 친구의 6평 성적표는 내가 수능을 잘 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남과의 비교의 끝은 불행하며 비극이지만, 나와의 비교는 언제나 행복하며, 진보입니다.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6. 나에게만 집중하여, 스스로를 사랑하자(자아 존중감과 자신감)

외부의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사랑해주세요. 남의 속도, 남의 인생에 휩쓸리느라 본인의 템포를 잃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그 자체로 수많은 색깔의 빛을 지닌 채 반짝이는 별들입니다. 그러니, 등에 힘을 주고, 가슴을 쫙 펴고, 눈빛에는 힘을 주고 하루를 자신있고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N수한다고, 공부 좀 못한다고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내가 나아가는 데에 방해되는 외부 요인들은 의식적으로 무시하세요. 저도 고3때는 무척이나 예민했습니다. 옆친구가 다리 떠는거, 계속 기침하는 거 등등...뿐만 아니라 친구, 선생님이 툭 던진 말들... 전부 신경쓰였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또한 재종이 개강하면서, n수를 시작하면서, 학교가 개학하면서 겪게 되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의식적으로라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스스로 나아가는 데에(대부분 수험생이실테니깐 1차적으로는 내 수능 점수를 올리는 데) 불필요한 것들은 신경을 꺼두세요. 친구가 툭 뱉은 말들, 뭐 그 외에 나를 거슬리게 하는 여러 가지 것들. 나의 수능 점수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그냥 한 번 씨익 웃고 흘려보내세요. 처음엔 힘들겠지만 의식적으로 하고 나면 9월 쯤 되서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 말이 길어져서 여기서 짜르도록 하겠습니다.

+) 제가 내일 라섹수술을 받게 되어 3일간은 전자기기를 못 봅니다 ㅠㅠ 쪽지나 댓글 주시면 눈이 회복되는대로 확인하고 답장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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