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형호제 [739499] · MS 2017 · 쪽지

2020-12-04 19: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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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을 생각하는 분들께(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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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진짜 참 그렇죠


'난 분명히 쟤보다 많이 했고

쟤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고

분명히 쟤보다 잘했'었'는데


난 하필 어제 하루 좀 안 풀리는 날이었고

쟤는 좀 잘 풀리는 날이었나봐요


문제 스타일도 나랑은 잘 안 맞았고

억울해요'


이런 생각 정말 많이 들거에요



저도, 매년 생각했었어요


재수때는 강남러셀 3층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양을 소화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어요.

가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층고가 되게 높죠? 수능끝나고 책 정리할때 바닥부터 천장을 찍고, 사물함을 가득 채우고 남을 만큼을 챙겨 왔었어요.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었어요. 열심히 했었고.

현역때 경찰대140점 남짓이었는데, 재수하고 6개월만에 200점을 거뜬하게 넘겼었거든요. 물론 합격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그렇게 끝까지 노력했어요. 마지막 더프때 처음으로 빌보드 상위권으로 올랐었구요


하지만 전 그 해에 수능날 국어수학 최저점이 나왔고,홍대라인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모의고사 하나씩만 풀고 엎드려 자다가 일찍 가던 옆자리는 서울대에 들어가더라구요?

담임선생님 마저 '니 옆자리랑 결과가 바꼈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하실 정도였어요


억울했죠 어떤 제3자가 봐도 인정할정도로 열심히 했었는데 난 결과가 이렇고 한량 그 자체이던 옆자리는 서울대래요



삼수는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공부를 4월에 시작할 수 있었어요

체력도 약해졌고, 집안일때문에 집중도 못 해서 하루에 7시간 남짓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불안했죠. 재수때 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공부를 했어도 수능날 그 성적을 받았는데 삼수때는 절대적인 시간마저 부족했으니

근데 삼수 짬밥이라는게 있는지 성적은 잘 나왔었어요

하반기에 다닌 단과 선생님들이랑도 너무 잘 맞았고, 점수가 잘 나오니까 공부가 재미있더라구요

하지만 역시나 수능때 그 해 커리어로우를 찍었고, 중~한 오가는 점수을 받았어요





앞에서 제가 볼드체로 해 놓은 단어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많은 양, 열심히, 공부시간' 

전부 우리가 '노력'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들이에요.


순공n시간, 문제집n권, 모의고사n회 이런 말 많이 쓰잖아요?

'난 누구보다 노력했으니 잘 볼거야. 내가 이만큼 했는데 누가 나보다 잘 봐?'라는 생각 한번쯤 하고 수능을 봤을거에요



근데 중요한건, 노력은 높은 수능점수의 필요조건 중 하나일뿐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거에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거에요



삼수가 끝나고 일주일 내내 고민했었어요

'왜 재수때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그 점수가 나왔었고, 그거의 반도 제대로 하지못한 삼수때는 그나마 나은 점수가나왔으며, 앞으로 하게될 사수때는 어떻게 해야될까'라고


제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어요

재수때 제가 자부심을 느끼던 노력의 지표들은, 무의미한 노력에 가까웠다고. 


책상 밑에 다 본 책을 한권 더 쌓겠다고, 전 복습을 하지 않았었어요. 한번 들었으면 끝이었고 한번 풀었으면 그냥 그대로책상 밑에 놓이는 거였으니까요. 

정말 많은 양의 지식과 경험을 얻은건 맞아요. 근데 그 모든게 흩어져 존재했어요. 전부.


그럼 재수 1년을 그냥 날린거였냐? 쓸데없는 노력만 한거고?


근데 그건 또 아니에요

흩어져 개별적으로 있더라도 그만큼의 지식과 경험이 존재했기에

삼수때 개념부터 다시 시작할때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분류가 되었던 거니까요. 사수때도 마찬가지고.

정말 단순화하면,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 있죠? 그런 상황이었던거에요


재수때 저는 '양'에 집중하는, 그 해 수능 기준으로는 무의미한 노력을 했던거고, 삼수때는 그래도 어느정도 유의미한 노력을 했던거에요.

재수때의 무의미한 노력들은, 해가 지나고 나서야 결과적으로 유의미했'던'노력으로 바뀐거구요.



어제 저녁, 채점과 동시에 +1을 결심하신 분들도 많을테고 최소한 반수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거에요


정말 노력했는데, 열심히 했고 간절했는데도 망치신거라면 

일단 너무 자책하고 그러진 않으셨으면 해요

'내 1년의 노력이 부정되는 것 같고, 능력의 한계를 느껴요'라고 현역 수능, 재수때의 수능 이후에 생각했었어요. 그 즈음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다들 이렇게 생각하구요.


다들 쉽게 말해요 '너가 노력을 덜 해서 그래' 혹은 '노력한 만큼 나온거야. 점수는 거짓말을 안 해'라고.

그런데 우리 알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수험생으로, 그리고 우한폐렴때문에 나라가 들썩이는데도 잘 완주 했잖아요. 그것만으로 충분히 수고했고 칭찬받아야 마땅해요.




다만, 여러분이 +1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한가지 스스로 고민해봐야하는게 있어요.


내가 이번 수능을 준비하면서 했던 노력들이 왜 이번 수능에서 무의미한 노력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지난 수능의 무의미했던 노력을 유의미했던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을지.


여기까지 읽으면서 중간에 내용이 텅 빈 것 같았을거에요.

그래서 유의미한 노력이 뭔데? 하고요


저 역시 그냥 장수생이고, 이번 수능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한 수험생이에요. 어느과든 일단 안암가서 22수능을 봐야겠다 생각하는, +1을 마음먹은 수험생이구요.


과목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공부해온 방법과 내용이 다를거에요. 각자 고쳐야 할 부분들도 많을거고.


그래서 새로 공부를 시작할때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무턱대고 이 선생님 올해 커리 맛집이네ㅋㅋ하면서 커리큘럼대로 따라가지말고, 꼭 1년을 되돌아보세요. 그리고 최소한 1주일동안은 21수능 시험지만 죽어라 들여다보세요. 내가 왜 이런 답을 썼지? 왜 이렇게 생각했었지? 하면서 복기하세요.

그리고 어느정도 가닥이 잡혔다면, 그 방향성을 가지고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하는거에요.


이렇게 본인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으셔야 해요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때의 결과는 지금의 결과보다 확실히 좋아질거에요



20대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없는 도전이에요

여러분은 꿈을 위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해 도전하는거잖아요

당당해지세요. 부끄러운거 아니고, 응원받아야 마땅한거에요.


나이를 먹으니 말이 자꾸 늘어지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 올 한 해의 노력이 그저 무의미한 노력이 아니었는지 고민해봐라

2. 무의미한 노력이 맞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내년에 그것 마저도 유의미했던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라


이정도가 될 것 같네요. 

3000자가 넘었는데 논지는 한두문장으로 끝나는게 좀 부끄럽지만 수능지문도 그러잖아요? 이해해주셈 늙어서 그럼


사실 뱃지는 단 이후에 쓰려고 한 내용이었는데,

메인글에 올라오는 내용들 보면서 그냥 지금 쓰는게 나을 것 같았어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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