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4일, 네 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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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재수학원에서 행사를 하려나 보다. 놀긴 놀겠지만 웃긴 게, 재수학원이다 보니 공부도 하러 가는 행사인 것 같다. 예전에 한 번 간 기억이 있는데, 학원 건물 안에서 문제들이 인쇄된 두꺼운 유인물을 나눠 주고 그것들을 풀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학 들어가고 졸업한지가 언젠데 왜 수능예상문제를 또 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촌 형도 이 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사촌 형도 가나 보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목적지가 같았던 것이다. 다행이네. 이게 또 다행인 게, 사촌 형은 실수로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고 한다. 같은 곳을 가는데 서로 연락도 못 하고 지나칠 뻔한 거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안 그래도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 사촌 형이랑 할 얘기도 다 떨어졌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고. 피곤해서인지 가방에서 저번에 받았던 문제들도 눈에 안 들어온다. 가만 있자... 목적지가 어디였지?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뭔가 그럴 듯한 역 이름이 나올까... 아니었다. 전에 갔던 곳이랑 같을텐데, 이상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 사촌 형한테도 물어 봤더니 역시 잘 모르겠댄다... 뭐야. 문제집들을 뒤적였다. 혹시 행사 위치가 나올까 해서. 일단 여기서 끝.
1.5.
여긴 어디? 아, 직장이네. 아까 건 전부 꿈이었군. 꿈이라서 다행이기도 하고. 근데 아직 졸림.
2.
뭐 어떻게 해서 도착했다. 흠? 예상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행사였다. 주변에 바다가 있나? 모래장 위에서 행사가 열렸다. 난 어째서인지 게임 CD를 가지고 와 있었고, 같이 온 사촌 형한테 빌려줬다. 어디선가 할 데가 있는듯. 그러다 웬 여자분하고 얘기를 했는데, 아쉽게도 이 분은 못생겼다. 근데 자꾸 나하고 뭔가를 하려는건지 날 어디로 데려갔다.
난 뭔지도 모르고 그냥 따라갔다. 사실 행사 치고 심심했기 때문에... 근데 이 분은 나와 같이 잘만 걸어가다가 갑자기 누군가로부터 몸을 숨겼다. 나도 같이 숨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들키면 안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는 것 같지 않은데 자꾸만 피하려 한다. 그 와중에 여자분은 담배를 피웠다. 담배까지 하다니.
이젠 대놓고 허름한 어느 수퍼로 들어가자고 한다. 여긴 뭐... 이렇게 불결할 수가 없었다. 벽은 시멘트고, 먼지와 담배연기가 마구 날렸다. 심지어 종잇조각, 꽁초, 라이터 등 눈에 보이는 쓰레기들이 공중에 떠 다닌다. 공기가 매우 안 좋으면 이렇게 되기도 하나? 손으로 휘휘 저으니까 몇몇 쓰레기들이 땅으로 떨어지더라. 이런 곳에서 장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거기서 나오고 나서 여자분은 볼일이 있다면서 혼자 다른 곳으로 갔다. 난 할 게 없어서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갔다. 가 보니 무슨 게임이 나오는데, 알고 보니 내가 가져온 게임 CD로 돌아가는 게임이었다. 사촌 형이 하다가 어디 갔구만? 마침 아무도 안 해서 내가 했다. 하는 도중에 그 여자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난 솔직히 심심해서 다시 돌아갔다고, 지금 다시 간다고 답장했다. 다행히 그런 걸로 뭐라 안 하는 듯.
근데 아깐 분명 직장에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왜 갑자기 이런 데에 와 있지? 설마 이게 꿈인가? 꿈인데 아무 느낌도 안 들었다. 만약 정말 꿈이라면 꿈이란 것을 눈치챌 수가 있나? 근데 정말 꿈이었다.
2.5.
다시 직장에서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아까 것이 정말 꿈이었다니. 꿈 속에서 꿈인 걸 알았다면 뭔가 재밌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었을지도.
3.
학교 수업에 들어왔다. 늦은 건 아니지만 다른 수강생들이 먼저 와서 떠들고 있었다.
난 잠시 화장실을 가러 나갔는데, 그 때 수업이 시작했나보다. 다시 들어왔을 때 좀 늦게 들어왔지만 다행히도 뭐라 안 하는듯.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칠판에 금이 가 있었다. 이 칠판은 유리로 덮여 있고 그 위에다 뭔가를 쓰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무슨 볼일이 있는지 교탁 뒤에 앉아서 뭘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보통 일이 아닌지 한참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 금이 난 부분의 유리조각이 후두둑 떨어졌다. 깜짝이야. 다행히 유리조각이 떨어진 부분은 선생님이 있던 곳이 아니었다. 수강생들 중 한 명이 나와서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치웠다. 하지만 칠판 유리는 그 쪽 뿐 아니라 선생님이 앉아 있는 곳 바로 위에도 금이 가 있었다. 대체 어쩌다 유리에 금이 갔는지도 궁금하지만 이번엔 선생님 바로 위로 유리가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하지만 선생님은 뭘 하느라 안 일어나시지?
3.5.
직장이다. 이게 생시였네. 아까 학교 수업에 있던 곳이 생시고, 직장이 꿈인 줄 알았다. 헷갈려 죽겠다.
4.
뭔가 신기한 얘기를 들었다. 교실 같은 곳에서 날 포함에서 빙 둘러 앉았다. 그들 중 ㅇㅈ이라는 애가 자신의 꿈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면, 어떤 게임 회사에서 게임의 스토리를 지어내는데, 그 스토리가 너무 심오하고 비밀이 많이 숨겨져 있어서 게이머들이 아직 못 푼 비밀이 많다고 한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비밀들 중 일부는 게이머들의 꿈에서 밝혀질 수 있다고 한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ㅇㅈ은 자신의 꿈에서 수십 개의 큰 원기둥을 봤는데, 높이가 전부 제각각이라고 한다. 이것 말고도 더 무슨 얘기를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젠 다른 사람들이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풀 차례다. 꿈에서도 직설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구나.
이번에는 내가 꿈을 꿀 차례다. 지금 자서 꿈에서 뭘 봤는지 알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난 '억지로' 거기서 자게 됐다. 음... 나도 수십 개의 원기둥이 나오는데, 다른 게 있다면 이 원기둥들의 높이가 계속 변한다는 점이다. 마치 오디오에서 음악이 재생될 때 보이는 주파수 그래프를 보는 것 같다. 원기둥들이 하도 막 바뀌어서 무슨 음악인지 알 리도 없고. 아쉽지만 이게 내가 본 거다.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줬다.
근데, 요즘은 과학이 너무 발달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어떠한 내용의 꿈을 꾸도록 할 수도 있나? 어떻게 한 거지...
4.5.
어? 아놔 또 꿈이었어. 이젠 꿈 속에서도 꿈을 꾸는구나. 하루에 꿈을 몇 개씩이나 꾸는거야. 이제 그만 자야겠다. 꿈을 많이 꿔서 이젠 뭐가 꿈이고 뭐가 생시인지도 분간이 잘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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