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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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 에세이 한 구절 읽고 가셔용
듣는 것에 인색한 사회다. 어쩌면 그런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듣기보단 말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 들리는 것을 듣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 이곳에서 듣고 싶어 듣는 행위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 죽고 싶어"
"지랄하지 말고 술이나 먹자."
이런 식이다.
내가 왜 죽고 싶은지 묻지 않는다. 다섯 글자로 말하니 열한 글자로 답한다. 그리고 딴에 여자랑 헤어져서 죽고 싶은 것이겠거나 한다. 여자랑 헤어졌으니 술이나 진탕 마시면 죽고 싶지 않겠거니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왜 헤어졌는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헤어졌는지, 헤어지고 뭘 했는지, 내가 지금 집인지 공원인지 한강 다리 위인지 듣지 않고 술을 먹자고 한다. 술을 마시면 된다고 열한 글자로 답한다. 살고 싶다고 했으면 조금 더 애처롭게 들어주었으려나 하는 찰나의 고민도 어차피 소모라고 판단하고 항상 그렇게 마음을 접는다.
- 박정민, <쓸 만한 인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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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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