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만 7전8기하고 합격한 13학번 92년생의 글 (폭풍 스압)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4145628
안녕하세요 07학번인 형 수험생활 때부터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오르비를 참 여러번 들어왔는데 예비 14학번 분들께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ㅎㅎ 14학번으로 합격하신 분들도 계시고 15학번이 되기로 하신 분도 계시고 13학번 이상인 분 중 원래 대학으로 돌아가야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참 우연히(!^^!) 제가 그런 일들을 모두 몇 년 일찍 경험해보거나 경험해볼 뻔해서, 22살의 많지는 않은 나이지만 그동안 생각했던 걸 여러 분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ㅎㅎ 아주아주 긴 글인데 학벌이랑 수능 공부랑 대학생활에 대해서 쓴 글이니 관심 있는 주제만 읽어주셔도 됩니다!
1. 학벌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이맘때쯤 되면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분도 계시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자랑스러워하는 분도 계실 텐데, 어느 쪽이든 학벌은 본인 아이덴티티의 일부만을 구성하지 본인의 정체성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의식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수능을 준비할 때는 수능이 절대적으로 옳고 내 실력의 전부라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게 맞지만, 수능은 사람 능력의 정말 일부만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품성이나 인생의 지혜나 말하는 능력 등을 수능에서도 측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60만 명 이상을 하루의 시간 내에 평가하는 시험을 제작해야 한다는 평가 도구의 한계상 그렇게 못하죠. 더구나 수능이 평가하기로 공언한 언수외탐 내에서라도 제대로 측정이 이루어지면 좋은데, 무한한 사람의 생각을 45문제 남짓 20문제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왜곡이 발생할까요? 수리 영역에서 30번 문제를 지수로그에서 내느냐 수열에서 내느냐로 서울대와 연고대의 학생 명단이 바뀌고 언어 영역에서 지문 두 개를 바꾸면 수만 명의 운명이 엇갈립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우연에도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공부해야 하지만, 수능에서 나온 점수 분포는 분명히 실력과 출제 변수 등의 운이 결합해서 나옵니다. 게다가 수능 결과와 그를 통해 만들어진 학벌로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건 어린 시절의 실력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받을 수 있었던 수능 점수의 스펙트럼 중 하나의 예외적인 지점이 이후의 그 사람에게 있어서 법칙이 되어버리는 게 수능을 통한 학벌이고, 학제가 12년이 아니라 13년이었다거나 작게는 수능 날짜가 2주일 정도 뒤로 미뤄지면 또 수많은 학생의 운명이 엇갈리겠죠. 그리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능 성적도, 대학에 오면 학점 수석과 입학 수석이 꽤 다이내믹하게 바뀝니다. 제가 아는 고려대 단과대 입학 수석 3명의 학점은.. ㅎ.ㅎ..ㅎ.ㅎ.ㅎ.ㅎㅎ..
교육학에서 볼 때 시험을 만드는 건 어떤 사람의 전체를 파악할 수단이 없다는 방법상의 한계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평가도구를 만들고 그걸로 상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시험 결과로 대상을 대치해버리고 더이상 알아나가기를 포기한다는 건 교육 평가라는 영역이 자살하기 위한 낭떠러지 같은 거겠죠. 여러분이 수능에서 아무리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았어도 그 수능 성적으로 자기를 규정하기보다는 그 수능이 알고자 했던 자기 자신의 실력을 직접 바라보시고, 그걸 가꿔나가세요. 자랑스러운 학교에 다니시는 분들은 학교 이름으로 자기를 장식하기보단 자신의 이름으로 학교를 장식하는 게 낫습니다. 많은 분들은 스카이나 서성한 등의 이름있는 대학 학생을 개인적으로 10명 이상 만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러분 자신이 모교의 얼굴이고 작은 학교입니다. 학벌이 달콤하든 쓰든 그건 자기 자신에게 붙여진 별명일 뿐이고, 쉽게 남을 평가하기 좋아하고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만이 누군가의 학벌을 알고서 그 사람에 대해 다 알았다는 듯이 떠듭니다. 그런 사람이 사회에 많다는 게 문제지만, 진짜 실력이 있으면 그런 사람은 넘어설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도 고려대를 다닌다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까지 꽤 스펙터클한 과정을 거쳐서 왔습니다. 재수했을 때는 경희대를 갔고요, 이때 만났던 똑똑하고 품성 좋거나 운동 잘하는 학생들은 아직까지 존경하고 있습니다. 고3때는 서울대식과 연대식으로 모두 0.3% 정도 성적을 받았는데, 한 문제쯤 더 틀려서 다른 학과를 넣었으면 현역으로 연대생이 됐겠지만 11 연경 넣었다가 12 경희대생이 됐구요.. ㅎㅎ 고3때는 시간에 쫓기면서 수리 96점을 맞았다가 삼수할 때는 40분을 남기고 2번 검토하고서 96점을 맞고.. 수능이 참 그래요 ㅎㅎㅎ (실력과 성적 사이의 괴리도 큰데 실력과 학벌 사이의 괴리는 그 사이에 성적과 원서라는 매개 단계가 더 있으니 왜곡이 더 크겠죠)
2. 수능 공부하는 마음가짐
언수외 공부법이야 여러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따로 적지는 않겠지만, 수능에 대한 마음가짐은 여러 분이 신경쓰시지만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적어봅니다. 수능에서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마인드 컨트롤은 공부를 많이 하기 위한 거고 수능날은 가장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없는 날이에요. 어차피 최선을 다할 테니까 수능이 가까울수록 마음이 가라앉아야 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 관리에 속하는 동기 부여에서 자기 자신을 책상으로 끌고 가기 위한 다짐과 공부를 할 때의 마음가짐은 구별되어야 하는데, 경험해보니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건 자신을 책상으로 끌고가기 위한 다짐이지 문제를 풀 때 또는 수능이 가까울 때 할 다짐은 아닌 것 같아요. 대학을 생각하면 엄밀히 따지면 수능 외적인 생각이라서 생각이 시험지를 떠나고, 이 문제를 맞히겠다고 마음 먹으면 이 문제를 맞힐 온갖 방법을 생각하고 문제에만 집중하게 되거든요. 남자가 여자 만날 때 여자가 아니라 돈 생각하면서 만나는 게 잘못된 것처럼 수능은 대학이 아니라 수능만 생각하면서 치는 게 좋아요. 수능 공부를 할 때 인간으로서 나보다 열심히 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하면 수능 칠 때 결과야 어떻게 나와도 상관 없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고 시험지 받으면 좋아하는데 제 생각에는 이게 수능을 치는 데 최고의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능은 계속 쳐보니까 수능이 당일날 결과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수능은 몇백일동안 노력해서 결과가 사실상 정해진 채로 가는 거더라고요. 수능은 정말 하루만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수백일 동안 이미 결정되는 거예요!! 수능날에 떨리거나 외부 요인으로 집중이 틀어지는 건 자기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자기 식대로 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고칠 점 투성이라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내 식대로 문제를 못 풀도록 위축됐기 때문에 자기 실력이 아니라 외적인 요건이라도 조정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수능 전 수백일동안 최선을 다해서 자기 실력만 믿고 들어가면 수능날 변수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이런 걸 다 알아도 저처럼 수능 치고 어떤 영역 망할 수도 있는데..!(13 언어 94점 3등급 ^ㅠ^) 최악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별로 좋은 게 아니고 그런 결과 나오면 뭐 어때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좋아요. 저는 삼수할 때 수능을 아무리 망해도 스카이는 갈 수 있는 실력을 만들겠다가 목표였는데 13 수능은 실제로 딱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원래 실력이 딱 n점 이렇게 정해진 게 아니고 출제 변수랑 컨디션 등에 따라서 430점~445점 이런 식으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데, 수능 칠 때 주요 목표가 저 스펙트럼의 최저점을 끌어올리겠다는 거면 꽤 좋아요. 그러면 컨디션이나 집중력이나 이런 걸로 모의고사 망칠 때도 이게 내 바닥이다 망해도 이건 나오겠네 이걸 끌어올려야지 이렇게 딛고 일어설 수가 있으니까! 저는 재수를 망한 이유가 모의고사가 전국 0.1%에서 1.5%까지 롤러코스터였는데 망했을 때 점수를 점수로 안 셌어요. 그래서 수능 가까워지다 보니까 그날이 컨디션 안 좋은 날이면 어떡하지 이 생각을 계속 했는데, 컨디션 망하면 망한 채로 스카이 가고 컨디션 좋으면 좋은 채로 스카이 가고 이런 식의 생각이 가능하도록 연습해야해요. 그러려면 사람이 아무리 정신없어도 사칙연산하고 이름은 말하는 건 할 수 있는 것처럼 계속 계속 반복연습해서 수능 문제 풀이를 자동화해야 하고요. 수능 점수 최고점 결정하는 건 천재성일 수 있는데 최저점 결정하는 건 진짜 노력이에요. 익숙한 건 아무리 떨려도 반드시 성공하니까 최고점이랑 최저점이 별로 차이 안 나면 수능날에 진짜 편하게 칠 수 있어요.
☆ 반수 팁을 드리면, 친구 관계는 몇 명하고 깊게 친해지는 게 여러 명하고 얕게 친해지는 것보다 좋은 대학생활이니까 (여러 명하고 얕게 친해지는 건 동기들 얼굴 익히고 인사하고 친한 친구 따라다니기만 해도 자연히 돼요 ㅎㅎ) 공부랑 친구 중에 하나를 버려야 할까봐 걱정하지 마시고, 답답하면 친한 친구들한테 대학이 아쉽다고 해도 돼요 친구들도 이해하니까. 저는 반수한다고 하면 안 놀아줄 줄 알고 극비리에 반수했는데.. 고려대에서 동기 한 명이 여름방학부터 공개반수를 했는데 내년에 많은 환영을 받고 복학할 것 같아요..ㅎㅠ 저도 반수했는데 경희대 동기랑 선배님들이 다 잘됐다고 좋아해주셔서 놀랐고.. 자퇴하러 가서 쭈뼛쭈뼛 하니까 직원분도 아 ^^ 다른 대학 합격하셨어요? ^-^ 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더라고요..ㅎ
그리고 반수할 때 공부하는 구체적인 팁은, 나중에 9월 정도 되면 어차피 언수외탐 감각은 다 끌어올려지는데 언수외 중에 구멍이 하나 있으면 1학기 때 그걸 안 메운 게 후회되더라고요. 전반적인 감 떨어지는 건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6월 모평도 시험장에서든 인쇄해서든 풀어보실 테니까! 탐구 과목이 2개밖에 안 되는 데다가 어차피 탐구는 집중적으로 하는 게 좋으니 탐구는 7~8월에 끝내셔도 늦지 않고, 1학기에는 언수외 중에 적어도 한 과목이랑 가능하면 두 과목에서 ebs를 진도에 맞게 다 풀어놓고 개인적으로 자기 진단해서 실력을 보완하고 키우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수능이 가까울 때는 실력을 키우려는 공부만이 아니라 감을 유지하기 위한 공부도 해야 하고, 실력을 올리려면 밀도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학기 때 밀도 있게 몇 과목을 해야겠죠.
3. 대학생활 팁
대학생활은.. 과 친구들을 보면 저보다 거의 다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몇 가지 팁을 드리면, 과마다 선후배 관계가 돈독하고 과생활이 주가 되는 학과가 있는데 이런 학과 과내 동아리는 들어갔다가 나가기가 힘들어요. 학번제 있는 과면 과내 동아리 신중하게 생각해보시는 게 좋고 나이제면?? 과내 동아리는 등록해놓고 심심할 때 나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 5월에 가입하거나 10월에 가입해도 되고 ㅎㅎㅎ 저도 직접 경험한 대학은 두 곳밖에 없으니까 이건 참고만 하시고요~ 근데 제가 진짜 말씀드리려는 건 동아리 들어갔다 나가기 힘들까봐 중앙동아리를 계속 알아보고 아무데도 안 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중동은 일단 들어가보세요! 중동은 마음에 드는 데를 가보고 괜찮으면 계속 나가고 아니면 동아리에 더이상 안 나가시면 돼요! ㅎㅎ 못잡아요 아무도 ㅎㅎㅎ 고려대 중앙 춤동아리인 KUDT은 매년 15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고 12월 정기공연 때는 30명이 남는답니다.. 중동에서 잠깐잠깐 경험해본 것도 나중에 자양분이 되고 중동은 상시 모집인 경우가 많으니까, 탁구나 배드민턴 재밌을 것 같으면 그냥 모이는 날 저녁에 동아리연합회 책에 있는 회장님 번호로 연락드리고 가보세요 환영받으실 거예요 ㅎㅎㅎ 친구 관계는 과 내에서 인싸가 돼야 한다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목표랑 걱정을 같이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 담임선생님도 반도 없으니까 소외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 대학은 생각보다 따뜻한 곳이에요! 과행사 계속 나가고 과 동아리 몇 개 하면 과에서 사랑받고요 ㅎㅎ 저는 반수할 때 엠티 가면 정말 소주잔이나 과자봉지보다 더 조용했는데 ㅎㅎㅎ 다들 저를 만나면 반겨주고 말걸어줬답니다. 11학번 선배님 중에는 1학기 때 섬처럼 지내다가 2학기 때부터 과생활 했는데도 활발하게 잘 지내시는 형도 계셨고요! 그리고 친구는 여러 명한테 인기 있어서 같이 놀면 좋을 것 같은 애랑 노는 게 아니라,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즐거운 애랑 놀잖아요? 친한 애 몇 명만 있으면 과행사에 나가서 걔네랑 놀면 되고, 다시 걔네랑 친한 애들이랑 더 알아나가게 되니까 일단 몇 명하고만 친하면 돼요! 다들 대학교 가면 이렇게 잘하실 텐데 미리 걱정하지 말고 대학생활 처음부터 즐기시고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2014년 좋은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아 제목에 쓴 7전 8기는 11 설경 지균 연경&설인1 정시 12 고대 자전 논술 13 연대 고대 ㅇㅇ학과 논술 서울대 ㅇㅇ학과 수시일반 고대 ㅇㅇ학과 정시(합격><)입니다
필력이 출중하시네요.. 저는 재수하다 실패한 수험생인데 쪽지보내서 조언좀 구해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네 물론이에요 ^^
오르비에서 본 글중 가장 좋은 필력중 하나라고 생각되네요 공감합니다
좋은말씀감사합니다 글완전잘쓰세요ㅜㅜ
좋아요~~
반수랑재수사이에서갈등하구잇는현역인데쪽지보내드려도되나요?
네 물론이에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스카이가기 위해 7전8기 ??? 웬 자랑이라고 이렇게 장문의 글을 ?? 그렇게 대단한 스카이?/ ㅋㅋㅋㅋ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대학 간판이 밥먹여 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학 급간 하나 높일려는 투자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묵묵히 자기실력과 꿈을 찾아 가십시오.. 제발
글 안 읽엇어요? 진짜 8수 했다는 게 아닌데 ㅋㅋㅋㅋ 스카이 가려고 삼수 정도야 드물지 않게 있는 일 아닙니까? 어차피 휴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졸업 즈음엔 나이가 다 비슷해질텐데요 ㅋㅋ
저는 학벌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쓴 글인데 괜챦아님은 학벌과 재수를 '무가치'한 걸로 쓰고 폄하하시네요 ㅎㅎ 제 글에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는 관계찮지만, 사실 제 글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단 원래 갖고 계시던 스카이에 대한 반감을 쓰신 것 같지만, 좋은 학교 가려는 사람과 n수생에 대한 모욕인 것 같아서 답글을 씁니다.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하셨는데 인생은 마라톤이라기보단 수천 수만번의 전력질주입니다. 마라톤은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하지만 인생은 매순간 전력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학벌이 전부가 아니고 나중에 만회할 수 있다는 게 그러니까 수능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되는지? 무리하게 앞서나가려는 사람을 비웃을 수 있는 건 마라톤뿐입니다. 학벌이야 사람들이 쉽게 자기 노력을 알아준다는 편리함과 대체로 똑똑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향하는, 좋은 '환경'이죠.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환경이 무가치하다는 말이 된다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난해질 의향이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n수생들은 한낱 학벌 세탁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걸 통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n수를 한답니다. 오르비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여러 번 올라왔고 저도 비슷한 내용을 써 놓았는데, 저는 n수를 해서 성장할 수만 있으면 그 노력이 어떤 대학 이름으로 번역되든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