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 교육이 싫어하는 학생이었습니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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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좀 길어질 듯 하니까 미리 이번 게시글의 주제를 밝혀놓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무슨 인생을 살아왔는지, 무슨 고난을 겪어왔는지를 좀 풀어보면서 이야기해드려 합니다.
'편견은 매우 위험하다'
제가 제목을 저렇게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간단명료합니다. 저는 '질문이 엄청나게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한국의 수업이나 교실에서 감히 '질문'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다가오는지 잘 아실 껍니다. 호기심이 많앗던 제 얘기는 좀 슬프면서도 웃길껍니다.
한국의 교육, 한국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극찬하던 오바마는,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음에도 아무도 손을 안드는 것을 보고 크게 당황한 일화가 있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621
저는 정말 신기하게도 타고난 천성인지, 정말 정말 질문이 많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초등학교 한 4학년부터 였었습니다. 제가 워낙 온갖 질문을 하다 보니까 부모님이 백기를 들고 저를 학원에 보내주셨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이 열심히 잘 이야기 해준다고.
집안 형편이 어렵지 않았기에 학원이나 과외를 많이 다닐 수 있었고,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질문 수첩'을 만들고 다녔습니다. 정말 한국 학교의 교사들이 보기에는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질문한 것들을 꺼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25를 13의 배수로 어떻게 표현하나?"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크기를 구할때 왜 위도, 경도를 따졌는가?" "분명 음료수를 얼려먹엇는데 다 먹을 때쯤은 물밖에 안남네. 녹는 속도의 차이가 있는가?" 따위요.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로~ :)
2번째 질문은 중학생때 문득 떠오른 호기심이었습니다. 당시 도덕선생님(학교의 그 체벌도 담당하고 염색이나 머리길이를 선도부와 함께 단속하시던)이 학생 한명으로부터 오미자를 얼린 것을 빌려서 드셨거든요. 그런데 분명 오미자를 막 따로 얼릴 수 없었을터인데, 반쯤 마시니까 거의 완전 얼음만 남아있더군요.
그래서 곧장 저는 노트가 없었기에 교과서 끝 부분을 살짝 뜯어서 적었는데,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서는 "가져와"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보여드렸더니 "뭐? 농도에 따른 녹는 속도의 차이?" 라 하시고는 돌려주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습니다.
약간 주제를 벗어나서, 제가 평생 윤리, 도덕 선생님을 딱 2명 겪어봤는데 둘 다 학생 때리는 것을 좋아하고 선도부와 함께 머리길이를 잡으시더군요. 참 역설적입니다.
나중에는 심지어 제가 스스로 쓰는 질문 노트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겨서, 대체 왜 질문 노트가 이렇게 효과적인가 궁금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와 책이 있는데, 거기서 설명하길 질문 노트를 하면 직접 필기를 하면서 되새기며 기록되는 특성 덕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하더군요
https://brunch.co.kr/@sambom/28
제가 또 한가지 이야기하자면, 중3때는 학생회장을 했었습니다. 물론 제가 유능하거나 인기가 많았기 보다는 남자는 저 혼자, 여자는 2명이 나와서 쉽게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두발규제라던지 짜잘한 학생에 대한 규제들. 예컨데 여학생은 교복 치마만 반드시 입어야 한다던지, 염색을 하면 안된다던지 등등에 대해서 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학교에 등교할 때 햇빛에 비춰서 제 머리가 갈색으로 살짝 보엿는데 그걸 가지고 선도부가 잡았습니다. 다행히 옆에 도덕선생님이 "야 재는 원래 저래"라고 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교장, 교감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또한 도덕 선생님 등 두발 규제를 직접 하시거나 잡으시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나눌려고 정말 정신없이 1학기를 보냈었습니다. 당연히 여러분도 예상이 가겠지만 다양한 개소리를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답변이 "중(학생)이 싫으면 절(학교)을 떠나라" 였는데 제가 나중에 학부모가 되서 제 아이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싶네요. 별에별 개소리를 정말 다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주요 논리는 뭐 두발 염색 다 풀어주면 교실이 알록달록해지고 수업도 제대로 진행 안 될 것이고 학생 통제도 힘들어진다~ 따위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근데 대학교 와보니까 전혀 틀린 말들이더라고요. 참 그 선생들도 대학교를 나왔을텐데 어떻게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포항제철중학교를 나왔고 당시 학생회장으로서 공약 중 하나가 "여학생에게 바지 허용"이었는데, 물론 철밥통들한테 막혔었고 제가 졸업한 지 한참 후에야 허용되었습니다
이런 선생님들 또한 일종의 착각, '편견'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두발 규제가 학생 통제를 수월하게 해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켰냐면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세월호 사건부터 해병대 캠프 익사 사건 등등의 사례들을 보면 정작 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은 직무유기하고 쓸데없는 규정으로 학생들 패기만 하더군요.
제가 누누이 말했지만 이런 편견을 가지는 것, 특히 교사가 이런 편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고등학교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1학년 때 저희를 가르친 사회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정말 엄청난 '극우'였습니다. 제가 특히 두려워하는 것이 극우라는 존재인데, 제가 여태 연재한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제국은 결국 극우세력이 나라를 잡고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전쟁으로 학살했기 때문입니다.
이 선생님이 정말 레전드였던 것이 "지방에서는(당시 저는 포항) 교사가 학생을 많이 때리지만, 서울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일이 더 많다" 같은 소리를 아주 당당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말이 처 안되는 말을 굳게 믿고 학생들에게 당당히 말하더군요.
한번은 학생들에게 예절 관련한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여기서 부모님이 수저 들기 전까지 기다리는 사람?" 이라고 했더니 몇몇 학생이 손들었고,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친구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전 딱히 그걸 의식한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저희 부모님이 먼저 먹고 있으라고 배려해주신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제 호기심이 또 발동됩니다. "연장자보다 수저를 늦게 드는 것이 왜 예절로써 자리잡았는가? 무슨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가?"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니, 선생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그건 당연한거다. 니가 못배워서 그따위 질문을 하는 것이다" 정말 어메이징하죠?
초등학생 때부터 제 질문을 받아주신 학원 선생님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는데, 보통 대답하시는 것이 "아마 옛날에는 먹을 것 자체가 적었고, 먼저 먹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까 어르신이나 노인 분들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런 것을 예절로써 삼지 않았겠나" 였습니다.
수저 먼저 드는 걸로 못배운 놈 취급당한 정말 뭐 같은 선생님
http://www.lifeinkorea.com/food/f-mannersk.cfm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게 이런 동일한 질문에 차원이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을까요? 물론 저는 학원 선생님들께 받은 답변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예절이 생겼는가, 그 예절을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가. 당시 고등학교의 제 담임 선생님조차 이 이야기를 들으고서는, 그 사회 선생님이 이상한거고 자신도 자녀들에게 먼저 수저 들라고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사회 선생님은 제게 '편견에 박힌 사람, 극우로서 생각이 멈춘 사람'을 처음으로 느끼게 한 사례였습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들으니 스스로를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확신(착각)하고 아무런 발전도 변화도 없었습니다. 신기한게 이런 분들이 보통 보면 지적 능력이나 일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 사회 선생님도 일을 아주 뭐같이 하기로 교무실에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두발 규제에 빠져서 학생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라고 이야기 하는 선생이나,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 답변을 하지 않고 못배운 놈 취급하는 선생을 보면서 느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다른 게시글에서도 누누이 강조했듯이 '편견'에 빠진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편견'에 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다양한 의견도 좀 들어보고, 자신이 확신을 하더라도 한번쯤은 반대편의 주장도 심도있게 고민해보고. 그래야지 인간의 식견이 넓어지고 발전이 가능하더군요.
다음편에서는 제 진로와 관련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지향적인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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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칼럼 너무조코~
일단 조아여~.~ 이런게 메인가야지,,,
글 쓰신 분의 문제 의식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학교가 변할 부분이 사실 너무 많지요. 그 어디에서 일하시든 국가의 동량이 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도 어렸을때는 질문이 정말 많았었습니다. 시장에 쪼그려 앉아서 아저씨한테 생선만 몇십분동안 물어본 적도 있고 초등학교 선생님한테도 이런저런 질문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행동을 선생님들이 싫어하셨고 소심한 저는 점점 그런 질문들을 안하기 시작해서 요새는 궁금한건 엄청 친한 사람들한테 묻거나 혼자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대부분은 제 질문의 이유를 이해 못하더라고요.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단지 작성자분은 저보다 더 행동을 실현할 수 있는 더 멋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글이네요. 오르비보다도 브런치나 블로그에다 작성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구독해서 읽고싶네요
블로그도 합니당! 프로필에 주소 있어요
음료수가 궁금해요 진찌 왜 마지막엔 물만 남을까요?
물 속에 이물질이나 다른 물질이 섞여 있으면 어는 점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대충 상상해보자면 물 분자들 사이에 이물질이 섞여 있어서 서로의 결합력을 방해한다고 볼 수 있죠
저랑 비슷하시네요..수저나 여러가지나 ㅋㅋ
잘 읽었습니다
와..정말 잘 읽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보이지 않는 획일화된 틀 안에 갇혀서 사육되는 것 같은 느낌 저도 학교 다니면서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결국에는 체제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인 똥글말고 이런게 진짜 좋은글인듯
진짜 어렸을때 질문하면 어른들이 너무 싫어했던 기억이..머릿속애 남아있음
열려있는 사고와 건전한 비판 수용하기는 언제나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법이죠 ㅎㅎ 자신의 방식,태도만 고수하면 결국 그 사람은 성장이 멈출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갓직히 이번에 유튜브로 학습한 AI가 무례해졋다는 뉴스 보고 띵~ 했습니다 ㅋㅋㅋㅋ
오르비에서 본 글 중 저에게 가장 울림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의 본성이며 지적 능력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공부의 참된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훌륭한 학생이셨을 것 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런 말을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절 칭찬해주시는 본인이야말로 훌륭한 학생이실듯 합니다
저도 비슷하게 특이한 질문을 엄청 많이 하는 편인데 공감되네요
저랑 같은 중학교 나오셨네요!! 저 중2 때 바지 허용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바지 잘 입고 다녔어요ㅎㅎ
전 선도부 눈을 피해 1교사 쪽으로 돌아서 다녀가지고...
3학년 내내 후드와 체육복 바지를 입고 등교...
이제 두발도 풀렸어요! 길이도 자유고... 넥타이 안 해도 되고,,,
^^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