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서 공부법(1) - 배경지식은 정말 중요합니다. 읽으면 생각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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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첫 칼럼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참 많았는데, 가장 단순하게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주제는 국어 독서 공부법입니다. 저는 국어 모의고사를 칠 때 보통 풀이를 52~58분 사이에 마무리를 짓습니다. 물론 수능 가서는 65분 정도 쓰지만 어떻게 빠른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려 합니다.
고3 3월 스타트할 때 제 성적은 4등급 수준이었습니다. 성적표에는 턱걸이 3등급이라고 나와있는데, 5개 찍은 거 4개 맞았습니다. 나름 공부를 한다고 한 게 그 정도 성적이어서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운 좋게 방법을 잘 찾아서 점차 성적이 향상되었습니다. 사실 4등급에서 1년 만에 2등급이 된 것도 신기하지만, 2등급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린 과정도 궁금하실 듯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하위권 탈출법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방법
#본질적인 공부법
#이를 적용한 실제 계획
등의 내용도 써보려고 합니다.
이런 내용들은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고 이제 본론으로 가겠습니다.
I. 들어가며
처음 수능 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자, 여느 학부모님들처럼 저희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제 공부에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현행 수능 국어 비문학의 내용은 국어가 아닌 논리학 과목에서 다뤄야한다며 비판하셨고,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그만큼 국어 지문이지만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죠. 독서가 만점이면 국어가 만점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언제나 어렵습니다. 도대체 이 한글 같지도 않은 한글을 어떻게 나만의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문학 / 화작 / 언매 공부법에 대해서도 다루겠지만, 우선 독서 파트부터 쓰겠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어의 파트별 공부법은 본질적으로 다 똑같습니다.
II. 글의 구조를 이해하는 훈련?
사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그걸 이해하느냐 일 텐데, 제가 과외하면서 쓰는 방법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실제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수업하는 2020학년도 수능 지문을 보면서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래에 적을 부분을 참고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1) 대비되는 짝 찾기
이 말은 제가 언젠가 EBS 강의를 들을 때 들었던 말입니다. 대비되는 짝을 찾자. 무슨 말일까요. ㄱ은 전통적 인식론자 이고, ㄴ은 베이즈주의자 입니다. 그리고 각 주장들의 견해를 비교하고 있는데, '반면' 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니, 전통적 인식론자는 딱딱 끊어서 참 /거짓 /둘 다 아님 이 세 가지의 스탠스를 취하고, 베이즈주의자는 '정도'의 문제라고 하죠.
이런 구조 때문에 이 지문을 고른 것인데, 이렇게 첨예한 대조를 이루는 경우에는 대비되는 짝을 짚어내기가 굉장히 편합니다. (국어에서는 대비 / 대조를 크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2) 맥락상 동의어 찾기
사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유기적 독해입니다. 그런데 좀 더 직관적인 말이 없을까 하다가 맥락상 동의어라는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문을 보시면 '명제를 참이라고 믿거나 거짓이라고 믿거나 둘 다 아닌 경우'가 전통적 인식론자가 말한 세 가지 태도에 연결되는 맥락상 동의어입니다. (보라색 괄호, 화살표)
이 정도는 누구나 하지만, 뒤로 갈수록 지문이 복잡해져서 그런지 맥락상 동의어를 찾아내는 일을 생각보다 어려워합니다.
지문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각'은 뭘까요? 바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우리의 믿음의 정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 자신만의 말로 이해하기
배경지식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되지 않으면 시간 내에 독해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베이즈주의자가 믿음은 정도의 문제이고, 가장 강한 믿음의 정도~ 가장 약한 믿음의 정도까지 범위가 있다네요. 저는 여기서 수직선을 떠올렸습니다. 전통적 인식론자는 세 가지로 딱 분리해서 말했지만, 베이즈주의자의 입장에서 "나는 명제 A를 33.279% 정도 믿어."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나 더 보겠습니다.
'임의의 명제 A가 참이라는 것만을 또는 거짓이라는 것만을 새롭게 알게 됐을 때'? 발음하기도 어렵네요. 저만의 말로 바꾸어보면 그냥 'A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4) 배경지식 활용하기
정말 중요합니다. 독서 공부의 핵심입니다. 배경지식을 이용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조금 뒤에 다뤄드리겠습니다. 지문을 보면, 명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조건"화 원리의 적용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에서 가장 강한 정도 ~ 가장 약한 정도라고 하면서 확률(퍼센티지)로 이해를 했었잖아요? 그렇다면 조건부 확률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가 문제풀 때 보자마자 "어. 이거 조건부확률이잖아? 넘어가자." 이렇게 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배경지식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지문에 그렇게 제시되어 있다면 믿어야 하는 게 수험생의 의무입니다. 즉, 배경지식 vs 지문에서, 배경지식과 일치하는 지문의 내용은 배경지식으로 이해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지문을 따라가라는 뜻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국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정답이 아닌 경우'는 없습니다. 즉 자신의 배경지식과 지문이 다르다면, 본인의 지식이 틀렸다고 보는 게 합당합니다.
특히나 법 지문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배경 지식과 지문의 꼼꼼한 비교는 필수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제가 수능 시험장에서 조건부 확률을 떠올린 후, 아래 글을 읽어 보니, 대놓고 조건부 확률에 대해서 써 놓은 게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래에 나온 예시는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무려 여섯 줄입니다.
제가 항상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나는 너네들이 읽는 지문의 1/2 이나 1/3 밖에 안 읽어." 입니다. 제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같은 시간에 같은 지문을 읽는데 어떻게 60분 안쪽으로 풀까요. 효율적인 독서 방법을 활용하는 겁니다.
아래에 또 나옵니다. 어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알게 되더라도 '그와 관련 없는 명제'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네요. 우리가 앞에서 조건부 확률이 ok인 것을 확인했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 너무 대놓고 독립에 관련된 이야기 아닌가요? 이렇게 되면 또 예시는 읽을 필요가 없는 거죠. 여기도 네 줄 분량입니다.
그렇다면 평가원은 정말 배경 지식을 이용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게 출제를 할까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배경지식을 활용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가원의 말은, 어느 정도는 맞고, 또 어느 정도는 틀린 말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합니다. "나의 상식이 너의 지식인데?ㅋㅋ" 정말 독서 파트를 관통하는 말입니다. 평가원은, 어릴 때부터 줄곧 학교의 교육 과정을 충실히 따라온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합니다. 다만, 대부분 어릴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원이 원하는 상식이 대부분에게는 배경지식이 되어버린 겁니다.
실제로 이 당시 조건부확률이 나오는 확통은 문/이과 수학에서 필수 선택 과목이었고, 수학을 못 해도 저 정도는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그 해 수험생들의 상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021학년도 6월 기술 지문에, (패러데이) 전자기 유도 법칙 / 전류의 자기 작용 이 나왔는데, 제 수업을 듣는 학생 중 이걸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른손 법칙이 어떻고 하면서 중3 과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인데도 말입니다.
또, 금리가 뭐야? 물어봤을 때 대답할 수 있는 학생도 극히 적더군요. 금리 = 이자율 이건 그냥 기본 상식 중에서도 기본인데, 이걸 몰라서 CDS 프리미엄 지문에서 기준금리가 나왔을 때 당황했다고들 합니다. 사람마다 상식에 대한 기준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평가원이 정해둔 '상식' 을 '배경지식'으로 공부해야 문제를 풀 때 어려움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평가원은 배경지식을 활용하라고 한 적이 없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내지만, 우리는 배경지식이 필요한 학생이 되는 거죠.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학습법 중 하나가, 제 수업을 들은 후, 스스로 외워서 저한테 다시 설명하라고 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운다'는 죽을 때까지 절대 까먹지 않겠다는 의미의 암기가 아닙니다. 스스로 지문을 안 보고 설명할 수 있을 수준까지 기억을 하는 것입니다. 암기는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고, 암기 없는 이해는 이해 없는 암기만큼이나 치명적입니다. 이해와 암기는 항상 같이 갑니다. 이렇게 암기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그 파트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게 되고, 저는 이걸 '배경지식 급조' 라고 부릅니다.
급하게 만들어진, 내공이 없는 지식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편법이니까요. 그런데 적어도 수능 국어에서는 지난 12년을 열심히 살아온 다른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5) 한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학생들이 지문에서 뭔가를 놓치고, 당황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너무나 강한 몰입이 순간적으로 깨지는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문의 모든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읽어서는 효율적인 독해를 할 수 없습니다. 과도한 몰입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지문을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를 옮기는 행위가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하니까, 그것처럼 우리의 생각도 이유 없이 바꾸는 게 쓸 데 없는 에너지 소모를 가져온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이해 안 될 부분이 있나요?
바로 이런 부분들은, 한국인이니까 한글 글자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파트들은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시는 게 바람직한 독서 방법입니다. 한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넘어가자. 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6) 읽는 무게
마지막입니다. 이 말은 아마 다들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실 텐데, 읽는 무게가 가벼워야할 부분이 있고, 무거워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 문제는 무거운 부분에서 나오는 건 알고 계실 테고.. 그리고 아까 위에서 말한 너무나 강한 몰입이 깨졌을 때 당황하는 이유도 모든 부분을 너무 무겁게만 읽기 때문입니다. 과몰입 상태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4번에서 말했던 배경지식으로 이해한 후에 예시를 읽을 필요가 없다, 라는 말을 들으면 학생들은 "그럼 아예 읽지도 않고 패스하나요?"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당연히 아닙니다.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냥 가볍게 읽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지문에서 안 읽어도 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5번에서 한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역시, 읽는 무게를 가볍게 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빠르게 읽어나가면 좋겠죠. 이런 템포 조절들이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III. 마치며
사실 독서를 포함해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작성하려고 했고, 저런 방법들을 활용해서 독서 공부의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도 다루려고 했으나, 안 그래도 긴 글에 그런 부분도 추가하면 너무 피로하실 듯해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저대로만 꾸준히 공부하면 비문학을 만점 받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요. 궁금한 점이나 다음 글의 주제 추천 등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시간 될 때마다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칼럼이라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지문 손풀이 첨부하겠습니다. 부분 부분들을 이해하시고,
마지막에 통합적인 이해를 위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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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문만큼 합리적인 틀을 지켜서 출제된 걸 못 본 거 같습니다. 개념은 기본으로부터 나오는거니까요. 그래서 학생들 가르칠 때도 항상 이 지문으로, 이 '틀'부터 먼저 가르칩니다.
어떤분들은 평소에 책 엄청 많이 읽으니 국어 공부 따로안해도 고정1뜨더라고하던데 이런분들은 본문 내용이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되는거겠죠?? 저 아는 애는 수험생인데 하루에 4~5시간씩 독서하니 (수능관련 내용말고 그냥 철학책이나 우주의역사같은 과학책이나 소설책 등..) 수능에서 1뜨더라구요
다음 칼럼에서 쓰려고 했는데, 제가 예전에 서울대생 인터뷰 영상(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비문학 3지문 중에 2.5지문은 아는 내용이다."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는데,
두 지문 정도는 그냥 아는 얘기고, 0.5라고 말한 이유는, 기술 지문 같은 경우에 새로운 소재가 많이 나와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새로운 소재임에도 기본 상식은 있으니 0.5라고 쓴 게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도 22 6모 베카리아 지문 나왔을 때 거의 안 읽고 풀었습니다. 어릴 때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 3번 정도 읽었던 거 같네요.
책 읽기를 고3/n수때 하는 건 무리겠지만 어릴 때 책 많이 읽은 사람들한테 많이 유리한 시험인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칼럼을 참고해주세요:)
좋은 칼럼 감사해요 국어 힘들었는데 이 칼럼 참고하면서 해야겠네요!!
혹시 독서 강의 추천해주실수잇나요?
제가 고3때 ebs 말곤 강의를 들은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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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네
글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해옹 ㅠㅠ
국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정답이 아닌 경우'는 없습니다
이거 무슨 말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옹?
(제가 지금 언어감각이 없어옹 ㅠㅠ)
내용 일치를 묻는 문제에서, 말은 맞는 말인데 지문에서 제시되지 않았으니까 오답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밑줄 친 ㅡㅡㅡ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 이런 게 내용일치문제인가요?
https://orbi.kr/00055048328
천천히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감사해옹 ^^
안녕하세요 1년전 게시글이지만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