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엽 국어] 관조적 태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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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순간이 온다.
왜 몰랐을까
그때
바보로 직강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음을.
‘태도’란 아주 간단히 말하면 대상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이다. ‘화자의 태도’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면 시적 화자가 현실 속의 상황이나 사건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태도’는 어조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왜냐하면 화자의 태도에 따라 거기에 적합한 어조가 각각 다르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대상데 대한 비판적 태도가 말투에 드러나면 비판적 어조가 되고, 예찬적 태도가 말투에 드러나면 예찬적 어조가 되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헷갈려하는 대표적인 몇 개의 태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관조적 태도
관조적 태도란 시적 대상에 대해 좋고 싫음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그 대상을 응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실전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파악하기 가장 힘든 태도가 바로 이 관조적 태도이다. 서울대 조동일 교수께서도 이 용어 자체를 아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아 아예 쓰지 않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실전적으로 접근한다면 ‘자연을 바라보며 인생사와 연결 짓는 태도’라고 보는 것이 가장 편리한 이해가 될 것이다.
벌레에게 반쯤은 갉히고
나머지 반쯤도 바스러져
간신히 나뭇잎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죄 버려서 미래에 속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먼 길 돌아온 그래서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듯
언제든 확 타오를 자세로
마른 나뭇잎
-복효근,
*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詩이다.
이 시의 낙엽은 벌레에 갉히고 바스러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모습이다. 이는 모진 세파와 세월의 힘에 의해 늙고 병든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지만 완전한 소멸을 앞두고 있는 이 낙엽은 그 소멸 앞에서 의연하다.
오히려 죄 버려서(이 멋진 중의여!) 즉, 이 세상의 모든 욕망과 그 욕망에서 파생된 더러운 죄를 다 버려서 이제는 오히려 앞으로 가야할 또 다른 길(그것이 천상의 길이건, 윤회의 길이건)을 향해 뜨거운 소망을 간직하고 있는 바짝 마른 나뭇잎.
죽음이라는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새 세계를 꿈꾸는 어떤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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