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고2가 해야 할 국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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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면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다 국어 교재도 몇 권 출판해 본 조경민입니다.
보통은 오르비에 고3이나, N수생들을 위한 글을 쓰지만
오늘은 고3 이전의 학생들이 국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읽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적어봅니다.
(PC로 쓴 것이라, 스마트폰보다는 컴퓨터로 보시는 편이 가독성이 좋습니다)
목차
0. 국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1. 국어 공부의 밸런스
2. 할 것들
3. 마무리
0. 국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2017학년도부터 수능 국어는 꾸준히 높은 난이도로 출제되었으며,
최근 몇 년 동안은 정시에서 수능 국어의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한마디로, 수능에서 국어는 어렵고 또 중요합니다.
한편 국어를 잘하는 수험생들은 또한 다른 과목 공부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정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같은 글을 읽어도 빨리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령 '생활과윤리'나 '사회문화'라는 사회탐구 과목 같은 경우
암기만 한다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지에서 새롭게 표현된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공부를 덜 해도 맞히는 반면
국어를 못하는 학생은 교재를 죄다 암기해도 틀리곤 합니다.
수능 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곧 글을 잘 읽고 잘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잘 읽고 잘 이해하는 능력은 대학을 가는 데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 안에서 공부하고, 밖에서 일을 하고,
나아가 지성인으로서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살면서 글을 제대로 읽는 능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빨리 키울수록 좋습니다.
1. 국어 공부의 밸런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일단 내신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 수학이랑 영어 공부를 많이 해두고
* 남는 시간에 (내신이 아닌) 국어 공부를 하자!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수학이나 영어는 고3이 되면 올리기가 매우매우 어렵습니다.
수학 개념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갑자기 1등급으로 올린다거나
영어 단어, 문법, 독해 아무것도 안 되어 있는데 고3때 갑자기 공부하기 힘듭니다.
문과든 이과든, 수학은 고2때까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영어는 고2때까지 실력을 거의 다 만들어두고, 고3 때는 공부량을 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반면 국어는 기본기만 있다면 고2 겨울방학부터 공부해도 수능에서 충분히 고득점을 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수학과 영어를 열심히 하면서, 국어는 기본기를 쌓기 위해 틈틈이 대비한다,
이게 제일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중3, 고1, 고2 때 국어 문제 엄청 풀면서 수능을 대비하는 공부를 한다...?
글쎄요, 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본기를 쌓지 않은 상태, 독해력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문제만 풀면 효과가 적습니다.
또한, 수능 국어라는게 사실 수학처럼 몇 년씩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아닌지라,
그렇게 할 필요성도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신은 학교마다 스타일이 다르므로 일반화해서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서 나눠준 자료 잘 외우는게 중요합니다.
수능 국어랑 내신 국어는 많이 달라서 딱히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네요.
2. 할 것들
그렇다면, 국어의 그 '기본기'는 어떻게, 무엇을 쌓아야 할까요? 하나씩 얘기해보겠습니다.
A. 어휘력
국어를 잘 못한다는 친구들을 보면, 사실 어휘력부터가 부족합니다.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글을 읽고 이해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텝니다.
위 글은 저저번달에 고3들이 본 모의고사입니다.
제가 색깔을 두고 밑줄 친 단어들 뜻을 제대로 아는 학생들이 많을까요?
제 경험상 3등급 이하의 학생들은 최소 한두 개의 단어를 모릅니다.
본인이 대략 느낌을 안다고 생각해도, 뜻을 엉뚱하게 알고 있거나,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행하다'의 뜻이 뭔지?
'사상'이 뭔지? (모르면 뒤의 글 전체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기도했다'의 '기도'가 교회에서 하는 그 기도랑 다르다는 거는 아는지?
이걸 알아야 수능 국어를 제대로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저 정도 단어들은 알아야 성인이 되어 뉴스나 신문을 보더라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어휘력은 어떻게 채우면 될까요?
저는 강력하게 '단어장'을 만들 것을 추천합니다.
영어 공부하고, 단어 외울 때 단어장 쓰는 것처럼
공부하거나,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에서 찾아보고, 뜻을 적어보는 거예요.
그냥 습관적으로, 소설, 인터넷, 교과서, 뉴스 등등을 보다가 중간중간 적어보면 좋습니다.
경험상 제가 이걸 시켜도 제대로 안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뭔가 한글 단어를 단어장 만들어서 외우는 것을 부끄럽거나 불필요하게 느끼는 것이겠죠.
그러나 사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모르는 단어를 공부하는 행위가 아니라, 공부할 기회가 있음에도 공부하지 않는 것입니다.
B. 독서
독서만큼 근본적인 독해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또, 만약 수시를 쓰는 학생이라면 책을 많이 읽어두는 것이 결국 수시 준비도 될 테죠.
가급적 300페이지 이상의 책을 한 달에 1~2권 정도는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서울대 권장도서 목록 보고 책을 고르기도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목록들을 크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고등학생 수준에 맞는 책이 아니라서요.
책 읽으라는 것은 너무 뻔한 얘기니까, 제 추천 도서 몇 권만 적고 이만 넘어가겠습니다.
- 인식론, 황설중
철학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를 알기 쉽게 정리한 책입니다.
수능 국어에도 자주 출제되는 주제입니다.
- 알고리즘의 능력과 한계, 박성빈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님이 쓴 책인데, 배경지식이 거의 전무하던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알고리즘 관련 주제 역시 수능 국어에 출제되기 좋아 보입니다.
- 국어 교과서 소설에 눈뜨다&국어 교과서 문학에 눈뜨다, 김상욱
유독 문학적인 감각이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런 학생들이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책입니다.
- 한 권으로 보는 사기, 김창
고사성어 관련 얘기도 많고, 교양으로 읽어두면 좋습니다. 글 자체가 재밌기도 합니다.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
과학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어서 문과 고등학생이 읽어보면 좋습니다.
- 문학은 끝나는가?, 유종호
문학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에세이 같은 글입니다. 국문과, 어문과 지망하면 읽어봄직 합니다.
-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미학 관련 책 중에 가장 유명하고 가장 읽기 쉬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 변호사 논증법, 최훈
논리적인 사고를 가르쳐주는 책인데, 지식적으로도 배울 것이 많지만 실제 사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 고등학교 사회, 과학 교과서
요새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도 교과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교과서만큼 잘 쓴 글도 별로 없을 뿐더러, 내용 자체가 수능 국어나 탐구 영역에 도움이 되니
한 번쯤은 정독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해력 상승에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위 목록에서는 한국인 저자들의 책을 적어보았는데요,
아무래도 외국에서 써서, 국내에서 번역한 책의 경우
특유의 번역투가 있어 독해력 상승에 비교적 도움이 덜 되는 것 같아
국내 저자들 책 위주로 추천해보았습니다.
C. 고전시가
제가 앞서 '고3 되어서 수학이나 영어 공부하기 힘들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고전시가 공부는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고등학교 2학년 내신으로 자주 다뤄지고, 수능에는 무조건 한 지문이 나옵니다.
고전시가는 중세어로 적혀서 출제되기도 하고, 또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라
고2 이전에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인강 사이트들 보시면 고전시가만 10시간 정도로 정리해주는 강의들이 있는데,
그런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를 하셔도 좋고
제가 피램 선생님과 집필한 '피램 고전시가'라는 책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D. 문법
중학교 내신으로 배우는 내용하고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수능에서는 작년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어서, 선택하지 않으면 수능으론 안 볼 수도 있지만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신으로는 오래 다뤄지니,
가급적 빠른 시기에 제대로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문법 개념은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든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3. 마무리
제가 위에서 하라고 적어둔 것들, 사실 별 거 없습니다.
영어는 어려서부터 영어유치원까지 보내기도 하고,
수학은 많은 경우 초등학교때부터 매주 학원 보내는 거에 비하면
국어를 저 정도 챙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딱 저 정도의 기본기만 챙겨두어도, (극단적으로 말해서는 어휘력만 챙겨두어도)
고2 겨울방학부터 공부해서 충분히 수능 잘 볼 수 있습니다.
입시 제도가 하도 자주 바뀌기도 하고
또 선생님들마다~ 동네마다 하는 얘기들이 다르니
오히려 고3 이전의 학생, 학부모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름의 경험과 내공을 담아 적어보았으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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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어는 재능이다 이런말들이 많은데, 국어 비롯한 모든 과목에서 재능이란 것이 사실은 자기가 살아온 궤적이 남아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때부터 책 조금이라도 더 읽고 생각한 사람들이 고3 올라와서 국어 지문 펴들고 인강듣기 시작하는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앞서 나가는 게 당연한 이치죠. 수학도 마찬가지라고 보구요. 재능이라는 이유로 합리화 하기보다는 벌어진 차이를 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네요. 이번 6평 매튜효과 지문도 이런 뜻에서 출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6평 '기도하다'를 pray로만 아는 학생들이 많은 거 보고 깜짝 놀랐읍니다...
어휘력 부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 같기도 해요.
매튜좌 오늘도 연전연승
입시 떠나서 잘 모르는데 ‘암살을 기도하다’ 이런 문맥으로 나왔나요?
넹 '사상 통제를 기도했다' 라는 문장으로 나왔습니당
헐 기도하다가 pray인줄...
와우 감사합니다.
갠적으로 중3-고1때 모의고사 푸는것도 좋습니다. 이 때 모의고사 지문들 읽고 분석해보면서 독해력과 문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어휘력은 저도 막 뛰어나지는 않고 그냥 수능 국어정도에서 모르는건 없는 수준인데 어휘집 만들기 싫으면 그냥 수준 높은 글을 많이 접해보는게 답인거같네요.
주에 1회씩 교육청 모고 풀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풀이 위주로 빡세게 굴리는 학원들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럴 시간에 수학하는게 낫다고 생각해서요…ㅎㅎ
이거 보고 올해 문학 언매만 벅벅하기로 했다
중간에 책이름 대충 훝다가 변호사 논증법 변증법으로 봐서 깜짝놀람
감사합니다! 수학 영어나 벅벅 해야 겠네요!!
고2인데, 수능 언매를 첨 하려면 뭣부터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