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T] 벌써 잊었다면 넌 이미 진거다!!!!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5859533
아침에 습관적으로 집 앞을 한 바퀴 산책을 합니다.
어제까지 눈에 띄지 않던 봄꽃들이 피기 시작하더군요.
여러분도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 꽃이 피고, 사람들이 나른한듯 분주해지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몸이 먼저 아는 '봄'이 온 듯 합니다.
이 시점에 재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을 겁니다.
그 중에는 작년 현역시절에 저와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학생들 가운데 하나가 어제 저한테 카톡이 하나 왔더군요.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 학생에게 할 조언을 공개적으로 하려 합니다.
재수는 범죄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권장할 일도 아니지요.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재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풍선효과라고 하나요? 수능이 쉬워지면서 재학생 학원들은 수강생이 조금 준 듯한데
재수학원들은 종합반, 단과반, 이제는 독재학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특히 독재학원들은 어느 곳을 물어 봐도 대부분의 학원들은 마감을 이미 넘었다고 하니
올해도 예년처럼 재수생들의 열풍이 대단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 조금 늦은 사람은 1월 정도에 대학 결과 발표가 모두
끝났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 결과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자신의 당락여부를 짐작하지요.
"아! 난 올해는 어렵겠구나 !!!"를 직감하는 순간 여러분은 어떻게 했던가요?
조금은 절망하고, 조금은 미안하고, 또 조금은 스스로에게 분노도 느끼고,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대상없는 비판도 해 보았을 것이고, 대학을 붙은 친구들에 대한 표출할 수 없는 질투와 부러움도
일정 부분 있었을 겁니다.
며칠은 방구석에 박혀서 절망을 해 보았으나 곧 다시 일어 섰을 겁니다.
대학시험 한 번 망쳤다고 인생이 끝나는게 아니고 우리는 또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할테니까요.
그래서.....
인터넷을 화면에 띄웠습니다.
네이버 초록생 화면에 "재수학원'이라고 입력해 보았습니다.
몇 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학원들이 검색결과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고민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고 하던데 엄마한테 재수한다고 말하기가 미안합니다.
그래도 대학을 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는 한 번 쯤 실패는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다시 한 번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격려가, 어머니의 위로가 ...... 그저 내게는 미안할 뿐입니다.
조금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재수는 없을까?
독재학원이 조금 더 싸다고 하던데..... 혼자 도서관에 가서 인강이나 들으며 준비할까....
며칠 동안 머리가 복잡합니다.
선생님을 만나 상담해 보고 싶지만 형식적인 위로가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아 포기합니다.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 해 볼까?
대학에 붙은 친구들은 왠지 연락하기 싫습니다.
대학에 떨어진 친구들은 만나 봐야 서로 아픔만 건드릴 것이 뻔하니까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19년을 사는 동안.... 20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세상은 정말 혼자 사는 거구나..... 외로운 곳이 세상이구나....
조금은 정신적으로 성숙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 다시 해 보자.... 눈 한 번 질끈 감고 일 년만 죽어보자. 그냥 군대 왔다고 생각하자.
고3 때 공부하던 것 보다 100배는 열심히 공부하겠다.
대략... 이런 마음으로 재수를 시작하게 됩니다.
재종반이건, 독재학원이건, 재수 학원 문을 들어 선 순간
재수학원에 온 자신을 용납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유없이 끊어 오르는 분노가
우리를 채찍질 합니다.
그렇게 1월부터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제 이쯤에서 되돌아 봅시다.
처음 재수를 시작했을 때의 자세와 마음이 지금도 같은가요?
제발 그렇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감정은 시간에 따라 퇴색하고 옅어지고 흐려집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으로 아직 버텨야 할 7개월이 남아 있습니다.
봄이라고 졸리는 것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과제는 원래 조금씩 밀리는 것이라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재수생도 청춘인데 일주일에 한 번 쯤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고 친구도 만날 수 있다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
우리는..... 한 번 실패했고.... 그 실패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화창한 봄날에 우울한 내용의 글을 올리게 되어 조금은 미안합니다
그러나...
좋은 말만 할 수 없는 것이 선생의 입장임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현재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존재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지 않습니다. 오늘 노력한 대가를 단지 내일 받을 뿐이지요.
처음의 마음... 우리가 초심이라고 부르는 것....
다시 찾기 바랍니다.
인생의 실패 한 번 쯤 안해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다.
다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과 실패 속에서 또 다른 실패를 낳는 인간이 있을 뿐이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매일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준비하고, 다시 노력하고, 다시
내일을 기약합니다. 그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참고 내일 웃자라는 상투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피땀이 내일의 결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우리 모두 가지자고
여러분과 제 스스로에게 격려하고 싶습니다.
이땅의 15만 재수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11월에 웃으면서 만납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선풍기를 침대 머리쪽으로 쐬게 놨어..
-
집앞에 사고난듯 3
끼이익 쾅 소리남 차vs차는 아닌거같고 혼자 박은건가
-
개미친얼버기 5
-
가능함? 6모3 9모4 나왔고 6모 친 뒤로 국어 하나도 손 안댔는데 수능때도...
-
지거국 이상이면 어차피 다 자기하기 나름인것같애 물론 메디컬 빼고 ㅇㅇ
-
지구과학 질문 1
섭입대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할 때 섭입하는 판이 섭입되는 판을 잡아당기는건가요,...
-
어그로 ㅈㅅ합니다 일년 반 쓰던 샤프가 방금 요절했습니다 몇주전부터 맛탱이가...
-
a구하는 아이디어가 좋죠 2번째 사진은 구글에 2022 10 12검색해서 뜨는 아무...
-
....
-
수능 50일 14
문과 평균 4~5등급인데 평균 3등급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겠죠 가천대나 경기대 꼭...
-
참아라 나 자신
-
흠
-
걍 정신만 썩은듯 분명 투입을 안한게아닌데 결과가 안나와
-
인스타 보니까 싹다 연고전이야 하긴 청춘이 최고다
-
끝말잇기가 아니고 연상되는 단어를 말하는거임 예를들면 사람 영장류 원숭이 이렇게요
-
님 말 다 맞으니까 평생 그렇게 생각하고 사셔요^^
-
쓰다가 매일 똑같은 식의 공부를 해서 굳이 안쓰고있긴한데 10일 후면 26수능 딱...
-
지듣노 0
촛불 켜면 감성 ㅈ되는데
-
그렇다고 도서관 가기는 또 귀찮아서 논문 피뎁을 벅벅 보는 걸 즐기는 나
-
특히 수학같은게 6~7월에 전성기였다가 9월쯤에 존나 쇠퇴함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
제곧내임 자습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국수탐 다 잘가르치는 과외생들한테 과외만 받는게 나을까요?
-
공부나 배우지 시-봉방새끼들이
-
젊어지고 싶다 5
너무 늙어버린것 같음..
-
통일교 보면 진짜 뭐지 싶음 님들은 이해가됨? 일본은 싫지만 일본여행 가는거랑 동급 아닌가
-
원래 이거 사려고 갔음 등급 상이라고 돼 있는데 책등 변색돼 있어서 열받았지만...
-
현우진이 잘생겨 보임
-
9평 끝나고부터 이렇게 살았는데
-
끝말잇기할사람 41
고?
-
잘생겼다 1
는 것은 외모를 통해서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산다는 것입니다.
-
1. 모든것은 대상이다 2. 대상은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표기법 대상1=대상2+대상3...
-
펀쿨섹좌 잘생김 1
알파남인 듯
-
순천 살인마처럼 1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와서 찌르는 건 어떻게 피해야함? ㅅㅂ.. 피할 수가 있긴 하나
-
전과목 다 그렇게 공부했음 다음에 하면 이해할거라는 마인든데 상당히 글러먹은듯...
-
lim (x->0) f(x)/x² = 0일 때 f''(0)=0이다? 16
단 f(x)는 미분가능한 함수 (수정하면서 추가함) 증명하거나 반례 들면 덕코 다줄게
-
잠이 안와요 6
고대의 검은 캔버스는 누구의 것이었던가 살별의 꼬리로 채워넣은 은빛 해변 달빛을...
-
원함수가 미분가능하면 도함수는 연속인가요? 원함수가 실수전체에서 미분가능하면...
-
포르쉐 카이안 하이브리드가 드림칸데 못 산다 살 돈 있어도 어떻게 모은돈인데 차에...
-
대학교 오랜만에 갔다오느라 공부안해서 오르비안함ㅌㅌ 0
체육대회하고옴 축구 농구 대표로 나가서 캐리좀 했다 휴학생도 불러주네 나갈...
-
이러고선 수2 확통 화학 생명 영어 23등급 맞고 중간끝나고 여러 애들헌테 무시와...
-
1. 모든것은 대상이다 2. 대상은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표기법 대상1=대상2+대상3...
-
정보 4대 2로 이김 파머 포트트릭 그냥 그렇다구요 신나서 적어봤어요 잘께요
-
연애 어떻게함 그거..
-
돈 모으기 ㅋㅋㅋ 재워주지 밥 주지 나갈돈이 없는데 월급도 인상?? 군대가가전 천...
-
21살 먹고 보기 괜찮음요? 가끔 드라마 보고싶네
-
정삼각형 넓이가 X이고 3분의2 × X가 색칠한 부분의 넓이라고 X를 정삼각형 으로...
-
거리는 둘다 멀어서 상관없는데 아웃풋 커리큘럼 다 따져서 어디가는게 좋음?
-
9잘수잘 2
9잘수잘인 케이스 꽤있나여ㅜ 주변에서 하도 9망수잘 9잘수망이래서 개불안함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