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승부사! [564144] · MS 2015 · 쪽지

2015-06-16 23:24:18
조회수 759

다짐글에 대한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6136602

안녕하세요 


재수를 하고있는 수험생입니다. 

요즘 들어 다짐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형님의 '난 서울대 갈거야 이 어린이들아!' 부터 소심하게 '저 서울대 가능할까요?'까지 다양하게요.

이런 글들을 보며 저는 현역시절의 제가 생각나곤 합니다. 
정말 간절하게 성적이 오르길 바랐지만 성적은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고3내내 학교 전교등수은 52(+-2)등을 벗어나지 못했던 저 말입니다.

 1년전 이때쯤, 네이버 카페 수xx나 오르비를 돌아다니며 다짐글을 썼습니다. '오늘부터 열심히 할게요.' '오늘부터 100일간 빡세게하면 ㅇㅇ대학 가능?' 등 최근 많이 올라오는 글들과 같은 글이요. 

 허나, 많은 분들이 이런 부류의 다짐글들을 본 후 예상하듯, 수능 성적또한 53등으로 변함이 없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지금부터'라는 말을 시작으로 ㅇㅇ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지 물어보던, 항상 새로운 다짐을 하던 저는 그렇게 지류의 연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고등학생 생활을 마쳤던 것입니다. 

 입시를 하기위해 다시 돌아온 입시 커뮤니티엔 제가 싸질러놓은 똥글들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꿈꿔오던 ㅇㅇ대학, 제 과거 글 속의 그 대학은 한참 낮은 지방대에 지원한 저를 보며 '네가 감히 올 수 없는 곳이었단다'라며 실소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 소리지르면서 울었습니다. 제 자신의 가치가 대학앞에서 쓰레기가 되어버렸고 3년간 꿈만 꾸면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 생활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자신이 병x같았고요. 

 합격했던 지방대 공대에 가길 포기하고 서울에 있는 꽤 높은 재수종합반에 시험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쓴 다짐글 그딴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굳은 다짐을 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지류의 연속에 빠져있던 제 모습에서 문제점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성적 올린 후 후기만 쓰겠다는 다짐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며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성적, 그러니까 나오더라고요. 
2015학년도 수능 평균 4등급에서, 4개월만에 본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국영수 1.3 , 국영수탐 1.6을 받았습니다. 

 저는 다짐글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사람들의 꿈에대한 열망, 갈구, 성취욕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다짐일까? 아니면 아직 오지않은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측을 통한 자기위안일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자라면 여기에 다짐글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꿈에대한 열망, 갈구, 성취욕은 'ㅇㅇ 대학에 간다! 나중에 보자 이놈들아!'만으로는 표현되지 않을만큼 웅장하고 거창하거든요. 글을 안써도 그 욕망만으로도 동기부여가 가능하고 그 다짐은 자신의 잘못된 모든 것을 바꾸도록 만들고 그 결과 성적을 올려주거든요.

 다짐글 쓰는 많은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다짐을 한 뒤에 마음만 먹지말고 자신을 실질적으로 바꾸십시오. 공부법에 대한 고찰 하시고요. 어느 부분이 잘못됐기에 지금 내가 이런지 파악하시고요. 모니터 속 다짐글 위에 놓인 그 꿈의 대학 말고 현실 속 성적표 위에 놓은 자신의 현재상황을 직시하십시오.

 어쩌면 굳은 다짐과 깨달음 뒤에 와야할 것은 다짐글이 아니라 이상향에 초점을 둔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과거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 허나 다가올 미래는 현재라는 열쇠로 바꿀 수 있다.'

꼭 성공해서 정상에서 만납시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