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모 국어 총평/분석 및 학습 방향성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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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낮춘 게 보인다.
내용적인 밀도에 상관없이, 지문과 선지의 길이가 짧아도 너무 짧았다. 쉽다고 평가받는 작수도 짧게 출제됐는데, 이번 2406은 더 짧게 출제됐다.
물론 짧다고 다 쉬운 건 아니다. 그러나 정보의 밀도 또한 낮았다. 사회 지문의 경우 담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고, 과학 지문의 경우 구조가 잘 정리되어 있어 서치하기 편했다. 철학 지문이 잘 안 읽혔을 수 있지만, 선지가 빡빡하게 출제되지 않아 정답에 도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시간 압박도 비교적 덜했던 것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철학 지문은 가장 주의깊게 살펴볼만 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점들이 쉽다고 느껴지는 지점이고, 어렵게 출제되면 어떻게 출제될 수 있을지 기출과 엮어 살펴보자.
1) 정보의 밀도가 상당히 낮았고, 선지에서도 간단하게 물었다.
사회지문의 마지막 단락이다.
위 정보는 2x2 매트릭스 표로 정보 정리가 가능하다.
효능감↑ | 효능감↓ | |
위협↑ | 위험 통제 반응 | 공포 통제 반응 |
위협↓ | 반응 없음 |
구성하고 있는 개념들의 의미가 복잡하지 않아 이를 정리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물어본 문항 역시 아주 간단했다.
역시 빠르게 표를 만들면 선지의 답이 그냥 보이는 수준이다.
만약 이러한 꼴의 지문/문제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출제될까?
2x2 정보 매트릭스가 출제될 때 문항을 빡빡하게 출제하는 방법은,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개념들의 정의’를 함께 물어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사하게 어려운 기출은 1906 키트 지문이 있다.
양성/음성, 진/위를 기준으로 2x2 매트릭스를 준 다음, 민감도와 특이도의 개념을 정의했다.
그리고 매트릭스와 개념의 정의를 함께 물어보면 정답률은 아작이 난다.
2) 정보의 구조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과학 지문은 정보의 밀도가 막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락마다 다루는 대상이 명확하여 서치하기 편했다.
(→지지체와 증진제의 단락을 보기 쉽게 구분해주어 쉽게 서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이는 비슷하게 어려운 기출인 2311 카메라 지문의 특성과 비교할 때 더 부각된다. 카메라 지문의 경우 짧음에도 의도적으로 구조를 복잡하게 서술해 서치가 매우 불편했다.
(→ 단락이 구분되어 있지만, 사실은 같은 과정에 대한 두 가지 서술이다. 이를 ‘같은 대상을 다룬 내용’이라 인식하지 않고 구분지어 문제를 틀리게 유도했다.)
3) 선지가 복합적인 것을 묻지 않고 짧게 출제됐다.
지문이 쉬워도 선지가 어려우면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러나 이번 시험은 선지의 길이 역시 짧았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서치만 해도 정답을 ‘확신’할 수 있을 만큼 패러프레이징이 걸리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선지가 짧고, 일치/불일치로 풀리는 최근 유사 기출은 1909에 있다.
참고로 이때 1등급컷이 97이다.
정리
풀면서 든 생각은 ‘평가원이 돈을 덜 썼나’하는 생각이었다. 뭐랄까 수특이나 교육청 지문에서 보던 형식의 지문과 문제였다. (후술하겠지만, 이렇게 비문학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은 문학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전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절대 이 난도에 맞춰 공부하려 들지 말고, 적어도 2306 정도에 맞춰 시험이 나올 것을 예상하여 대비하는 게 가장 안전하겠다.
문학 –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포인트를 종합 선물 세트로 내놓았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할 만한 지점들을 건드렸다. 그렇다고 그 지점들이 중복되지는 않는다. 즉, 영양가가 매우 많은 시험지다.
오답률이 높았던 문항 위주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살펴보자.
1) 선지에 어려운 어휘 쓰기
고전소설. ‘시간 표지’, ‘사건의 추이’, ‘인물에 대한 논평’ 등 학생들이 애매함을 겪을만한 어휘를 사용했다. 영어 문제도 선지에 모르는 어휘가 들어가면 난이도가 확 상승하듯, 국어도 마찬가지다. 선뜻 고르기가 힘들어진다.
Q. 선생님 그럼 다시 문학 개념어를 공부해야 하나요?
→ 위에서 문학 개념어에 해당하는 건 ‘논평’밖에 없다. 즉, 문학 개념어도 개념어지만, 이전에 ‘어휘’라는 것이다. 어휘 학습을 해야 한다. 따로 단어장을 살펴보기보다는 국어 공부를 하며 조금이라도 단어 뜻이 애매한 것들은 그 의미를 찾아 정리해놓도록 하자.
1609에서 추이라는 단어가 언급됐었다. 항상 기출을 대하며 애매한 어휘들은 그때 그때 정리를 해야 한다. 반드시.
2) 작품 사전 지식이 없으면 뚫기 힘든 고전시가
고전시. 위 문제는 한거십팔곡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헷갈렸을 거다. 게다가 힌트가 되는 <제2수>를 삭제하여 더더욱 헷갈릴 만한 여지를 강화했다.
고전시가는 ‘언어(문법)’ 다음으로 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하지만 위 문제를 틀린 건 그래도 괜찮다. 왜? 연계 고전시가는 공부하면 되니까. 연계에 대한 얘기는 후술하겠다.)
3) 인물의 복잡한 내면 심리 파악하기
「무성격자」에서 정일의 내면 심리는 굉장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보기>에 입각하여 어느정도 줄거리의 틀을 잡고 가느냐와 못 잡고 가느냐는 차이가 컸을 것이다. <보기>에서 정일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어느정도 파악했어야 글 읽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정일이 ‘얼굴에 흐르는 미끄러지는 듯한 웃음’을 짓는 이유, ‘상대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가 뭔지 파악해야 이 선지를 정확하게 뚫낼 수 있는 선지가 출제됐다.
4) 중간 부분에 개소리 섞기
현대시.
문학에서 아주 세밀한 부분에 개소리를 섞어놓으면 학생들이 애를 먹는다.
아~ 어쨌든 ‘봄’과 같은 세계를 공유하려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며 중간 부분에 있는 <‘담벽’ 안에서> 라는 개소리를 무시해버린다. 이런 식으로 중간 부분에 개소리를 섞으면 오답률이 높아진다.
1906 수필 문제. 여기서도 인간의 삶에서 자연이 ‘티끌’처럼 작아 보인다는 개소리를 중간에 섞어 오답률이 높았다.
정리
평가원이 문학에 힘을 준 이유를지 추측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작년 수능 문학이 너무 쉬웠다. 또한 기조가 비문학 강화 추세인데, 평가원이 이런 흐름을 읽고 요즘 애들 문학 공부 안 하는 것 같은데, 문학도 힘 좀 내볼까, 이런 생각을 한 듯하다. 게다가 6모는 갖가지 실험을 다 해볼 수 있는 시험이다. 수능에서 문학이 어려우려면 온갖 이의제기를 감당해내야 하지만, 모의평가는 그렇지 않거든.
수능 때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언제나 이 정도 난이도가 수능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자.
이후의 학습 방향성
1) 매뉴얼을 만들고, 암기하고, 연습하자.
시험이 쉽든, 어렵든 고득점을 안정화하려면 명확한 ‘행동강령’을 만들고,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하고) 마치 수학에서 케이스별로 공식을 암기해놓고 적용하는 것처럼, 국어도 몇가지 ‘매뉴얼’을 암기해놓고 케이스 별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2) EBS는 파이널에 양치기로 정리하는 게 가장 좋다.
이번 시험은 유난히 연계 체감도가 높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것 때문에 (1등급 이하의) 학생들이 EBS 학습에 몰두하지 않기를 바란다. 함정에 빠지는 것일 수 있다.
6월 9월 연계 체감도 높다가 수능에서 통수 맞는 게 한두 번도 아닐뿐더러,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적어도 자신이 1등급이 아니라면 9월까지는 계속해서 근본 피지컬을 쌓자. (수능 때 연계율이 높을지 말지는 까봐야 안다. 우리는 두 상황 모두에 대비하여야 한다.)
위에서 말한대로 ‘일단은’ 매뉴얼을 암기하고 정확히 적용하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한다. 그렇게 근본 실력을 높여놓고, 8~9월 이후에 EBS는 실모 양치기 등을 통해 정리하자. 가장 가성비있게 EBS를 정리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3) 기출 무용론에 대하여
난이도가 유난히 튀는(쉽거나 어렵거나) 모든 시험이 끝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기출 무용론’이다. 나 역시 수험생인 시절에 이 생각을 했던 터라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결국 자세를 잡기에 가장 좋은 재료는 ‘기출’인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우려면 기출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컨디션에 따라 점수 등락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을 세우고 나면 사설 양치기가 매우 유용하다. 일단 평가원의 시선을 획득하고 나면 사설 문제 때문에 눈이 버릴 일이 없다. 낯선 문제에 대한 적응력 학습도 되고. 물론 사설을 풀면서도 기출을 아예 놓으면 안되겠지만.
Q. 기출 분석 어떻게 하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혼자서 해설쓰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국어 과외를 하게 된다면 이런 해설지를 써서 줘야지’ 라는 마인드로 해설을 쓰다보면 독해의 기준이라던가, 판단의 기준이 저절로 잡히게 된다. 물론 여기에 강의를 플러스 알파로 얹어가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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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은 역시 보자마자 표를 그리는게 좋죠 ㅋㅋ 카메라 지문에서 유사한 내용을 2개의 지문에 걸쳐서 서술한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신 글인거 같네요 잘 봤습니다
정보 재구성의 중요성! 감사합니다 ㅎㅎ
선지는 진짜 촉매 보기문제가 너무 짧아서 당황했던 것 같아요
<보기> 1:1 대응해서 짧은 선지 치는 건 수특에서 많이 보던 유형이었네요 ㅎ,,
솔직히 저 현역때도 이렇게는 안 냈던 것 같은데 ㅋ...
감사합니다!!
선생님 문학 1틀 97 이면 연계공부는 그냥 수특 풀어보고 사설EBS특강교재 푸는식으로 쭉 하면 괜찮을까요?
그리고 혹시 평가원이 이번 6모로 고난도 문학을 테스트 해본것이고, 추후에 이전의 고난도 비문학 까지 곁들여져 같이 나올 가능성(핵 불?)도 염두에 둬야될까요?
1. 네 찍맞없이 1틀이시면 연계 대비 지금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고전시가는 그냥 바로 답 찍을 수준 만들겠다는 의지로 바짝 공부해주세요.
2. 당연하죠. 개인적으로 비문학이 이 정도 난이도로 수능이 나올리는 거의 없다고 봐요. (일단 9월은 좀 어렵게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수능 때 평균이 맞춰질 거예요. 만약 9월도 쉽게 나온다면... 수능 때 엄청난 핵폭탄이..)
6평 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ㅎㅎ
연계 하던거 다시 사작해야겠네요! 고전시가 유념하겠습니다. 문학보다 비문학을 훨씬 잘하는편이라 제발 어렵게 나와줬으면 좋겠네요...ㅠㅠㅜ
수능 때 원점수 100 가보자구요 ㅎㅎ
선생님 원래 언매 - 문학 - 독서 순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평가원이 독서를 쉽게 내는 기조를 유지한다면 언매 - 독서 - 문학으로 순서를 바꾸는 방법을 고안해봐야겠죠..?
난이도에 따라 순서를 바꾸는 건 개인적으로 추천하진 않습니다. 수능날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거든요. 예상을 해놓으면, 예상한 것과 다를 때 순간적으로 패닉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예상을 배제하는 게 좋아요.
일단 독해력과 판단력을 최대한 끌어올리시는 게 맞고, 파이널 시기에 실모를 풀어가며 이 순서 저 순서 다 체험해보세요. 가장 잘 맞는 게 있을 거예요.
https://orbi.kr/00063062840
이 글 한 번 참조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선생님 혹시 기출풀때 독해법같은거 정햐두지않고 이해에 초점 맞추고 문단별 요약정도 하는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독해법 체화이런게 너무 벅차고 힘든데 머가맞는지 모르깄어요
이해와 요약 능력이 결국 독해의 본질이라 봅니다. 여러가지 방법들은 이걸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갓이구요. 방법론이 있든 없든 이해와 요약을 할 수 있으면 장땡이라고 봐요!
와...! 정말 동의합니다. 좋은 분석글입니다. 저는 이번 평가원장이 2306처럼 독서를 분명히 변별력있게 어렵게 낼수있는데 왜 안내지..? 했는데 전부 문학에 몰빵한거였군요. 뭔가 요즘 트렌드를(독서위주로 공부하고 문학은 대충)을 저격하는것같기도 한데 이번에도 등급컷 나온거보니 변별은 실패한것 같네요..ㅋ 수능날엔 어떤 핵폭탄을 터뜨릴지 몹시 기대가 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마치 나 이렇게도 낼 수 있다를 보여주는 느낌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