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유 [503967]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23-08-20 14: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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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이란 곧 뇌피셜 - 대화와 독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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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읽는다는건 무엇일까? 글 또한 인간 사이의 소통방식이기에,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소통인 대화와의 비교 속에서 그 핵심을 찾을 수 있다.


대화는 일반적으로 즉각적이다. 상대방의 말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얼마나 명료하고도 순발력있게 전달하는 지가 대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이다. 명료함과 순발력. 이 두 요소가 원할하게 기능하기 위해선, 생각은 결코 유예되거나 축적되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에 말에 대한 과다하게 깊은 생각은 외려 대화의 흐름을 전복시키고 만다. 대화에 놓인 인간은, 따라서  드러난 상대의 말의 표층만을  빠르게 간파함으로서 핵심을 간결하게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명료한 대답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때의 파악이란, 빠른 시간내에 대답을 해야한다는 시간적 제한 탓에 언어만으론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 이는 대화에 있어 말보다도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들에 크게 의지해야만 할 필요성을 의미한다. 이때 필요해지는 것이 '눈치'다. 즉 대화가 표층적 의도의 층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입밖으로 표현된 언어를 넘어 밖으로 삐저니오는 감정, 다시말해 상대의 말을 둘러싼 감정과 기분을 바탕으로 그에 눈치있게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대화의 기작인 것이다. 결국 대화란, 그 형식상 '눈치'를 바탕으로한 감정의 공유가 그 핵심이며, 따라서 근본적 목적 또한 서로의 감정에 대한 (즉각스럽기에)자연스러운 교감에 있다.


반면 독해는 이러한 기작에 근간을 두지 않는다. 대회와는 달리, 글은 읽는 이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시간적 자유를 허락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는  눈치에 의거한 감정적 표현들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기에, 오로지 자신의 말의 논리와 형태를 다듬는 데에 열중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읽는 이 또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말의 표층 밑을 흐르는 흐름에 맞춰 생각을 흘려보낼 넉넉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대다수 경우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너무도 대화에 익숙해저 있음을 뜻한다. 즉 오로지 눈에 들어오는 표층적 의미만을 바탕으로 빠르게 나의 대답(이해)을 도출해야만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익숙함이 글의 이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이 익숙함은, 독해에 있어서는 결국 조급함에 다름 아니다. 


독해의 핵심은 '뇌피셜'이다. 첫문단 혹은 첫문장을 읽음과 동시에 시작되어 글의 마지막을 읽을 때까지 끊임없이 뇌피셜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독해의 전부이다. 글의 처음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글의 첫부분은 결국 글의 마지막을 상정함에서야 비로소 하나의 의미단위를 지니게 되기에, 진정한 의미의 이해란, 글의 마지막을 읽음에서야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이런 첫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뇌피셜로서 만들어가고, 그 정확도를 점차로 높여나가, 마침내 글의 끝부분에 다가가서는 글쓴이의 의미와 거의 부합하는 뇌피셜임을 스스로 확인함으로서 글의 독해가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정확하게 읽어나간다는 것은, 읽는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뇌피셜의 흐름을 끊임없이 글의 내용과 대조해나가는 지긋한 과정을 의미한다. 특정한 단어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 표현되어지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그 의도에 대한 뇌피셜을 만들고 이를 그 다음 문장을 바탕으로 그 경우의 수를 줄이고 늘려가는 과정, '즉' '그러나'라는 단서가 담보하는 의도의 정제 속에서 읽는 이의 뇌피셜을 차근히 갈무리해나가는 추측의 과정등은 결국 모두 뇌피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테크닉에 해당한다.


이 과정을 성실하게, 한 단어 단어의 의도를 추측해가며 지긋하게 수행해나가는 노력의 결과끝에 찾아오는 뇌피셜에 대한 직관적 확신이야말로 독해력이다. 첫문장만으로도 해당 문단이 어떤 의도로 쓰여진 것임을 높은 정확도로 추측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해당 문단을 읽는 것을 곧 자신의 뇌피셜에 대한 검증과 동치시킬수 있는 능력. 그러한 과정에 대한 숙달을 바탕으로, 글들의 일반적인 형식들을 유추하고 익힐 수 있는 능력. 그로부터 무엇이 좋은 글이며, 나쁜 글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잣대가 탄생하며, 그렇게 마침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얻게되는 것이 독해력의 진정한 가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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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하러 가는 와중에 왜 학생들이 독해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너무 대화에 익숙해서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에서 쓰게 되었네요. 국어 영어 수능 지문들 또한 보다 더 올바른 독해를 할 수 있는지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 것 같구요. 제가 수능칠때는(17수능...) 사실 암기의 스킬을 묻는 것에 가까웠던 것에 반해서, 요즘 수능문제들이 훨씬 좋게 느껴지는거 같네요..ㅎㅎ..... 반응이 있으면 계속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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