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위권이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 (feat. 뇌 먼저, 손 다음)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66771755
안녕하세요.
수학 칼럼 3편인,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해 써 보려 합니다.
1~2등급이 타겟이었던 2편과 달리, 이번 편은 성적대가 낮은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물론 1~2등급 분들도 얻어갈 게 있을 수 있어요. "얘는 이런 식으로 수학 문제를 대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시고, 본인의 사고회로와 비교해서 고칠 게 있으면 고치시면 됩니다.
예전에 과외를 할 때 수학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고 문제를 푼다는 점입니다. 문제를 풀고 생각을 한 다음, 풀이를 써 나가기 시작해야 하는데 뇌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학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동안 본인이 풀어 왔던 유형들 따라서 관성적으로, 본능적으로 그냥 풀어제끼는 거죠. 매우매우매우매우 안 좋은 습관입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당부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쓰고자 하는 칼럼의 주제입니다.
"뇌로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손으로 풀이를 쓰자."
그러면 뇌로 어떻게 생각하라는 건가요?
수학 문제를 푸는 단계는 아래와 같이 총 3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이걸 기준으로 단계별로 수학 문제를 풀 때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또 그냥 말로만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올해 수학 13번을 보면서 또 설명 드릴게요.
[수학 문제 풀이의 단계]
[2024 수학 13번]
<1단계 : 문제 인식 단계>
(1-1) 상황 이해, 단원 분류하기
문제를 읽고 처음 해야 하는 건 단원 분류입니다. 뇌를 써야지 단원 분류를 할 수 있겠죠? 무슨 단원이지 파악되면 해당 단원에서 주로 쓰이는 풀이, 아이디어 등이 튀어나올 것입니다.
해당 문제의 경우, 수1의 도형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겠군요. 당연히 사인, 코사인 법칙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거고요.
이것만으로 풀릴진 모르지만, (대부분의 수1 도형 파트는 위 두 개로 풀리긴 합니다.)
대충 저런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들어가는 거죠.
<2단계 : 풀이 도출 단계>
(2-1) 문제에서 물어보는 것에 집중하기.
문제에서 물어보는 것에 집중합니다. 무엇을 구해서 답에 접근할지 생각하세요.
그리고 구하라는 것의 식 모양, 종류 등을 고려해서 어떤 풀이 방법을 써야 할지 미리 예상을 하는 겁니다. 내가 가진 해당 단원의 '지식 마인드맵'에서 저것과 연관된 개념들을 떠올려 봅시다.
해당 문제에서는
이 친구를 구하라고 되어 있네요. 그렇다면 해당 값을 구하기 위해 본인이 어떤 개념을 써야 할지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보아하니 외접원의 반지름과 각의 sin값을 알아야겠네요. 분모와 분자가 곱해져 있으면 sin법칙에서 흔히 나오는 모양이므로 AC 길이만 구해도 되니 쉽겠지만, 그러면 2~3점 문제겠죠. 둘 다 구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합시다.
외점원의 반지름을 보고, 사인 법칙을 쓰긴 하겠다는 생각을 미리 하시고 계셔야 합니다.
sin을 보고 sin법칙을 쓸지, cos법칙을 쓸진 모르겠네요. 삼각형의 넓이 공식 1/2ab sin(?)도 떠오르고요. 문제를 풀면서 보이는 방법대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합시다.
제 머릿속에 생겨난 그림은 다음과 같겠네요.
(2-2) 문제에서 나온 정보 정리하기.
그 다음에는 문제에서 기본적으로 준 정보들을 표시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밑줄을 치거나 도형 문제의 경우 길이나 각도를 표시하는 식으로 정보를 표시합니다. 각자만의 편한 방식대로 정리하면 됩니다.
★ 주의! : 은근 이 단계에서 실수가 많이 발생합니다.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기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와 동시에 여기서 논리의 비약을 만들어서 문제에 없는 정보를 혼자서 생성해내선 안 됩니다.
해당 문제의 경우, 정보 표시를 한다면 다음과 같겠군요.
까지 적을게요.
(2-3) 필수적/기본적인 행동 하기.
수능 수학에서는 특정 유형이 주어진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문제의 답에 근접하게 해 주죠. 이런 것들은 수많은 문제 풀이를 통해서 축적하는 경험입니다. 문제 풀이량이 중요한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죠. (ex. 원 중심과 원 위의 점 잇기, 이등변삼각형에서 수직이등분선 긋기, 최대/최소에서 접선 등 특수 상황 의심하기 등)
그리고, 그냥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본 개념서에 나올 만한 그런 상황이 주어졌으니, 해당 개념을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런 것들 또한 무조건 하셔야 하는 행동입니다. (ex. 도함수 극한식 미분 계수로 표현하기, 적분 문제에서 적분식을 0으로 만드는 수치 대입하기, 길이와 각도가 주어졌을 때 cos 법칙 쓰기 등)
위 문제에 적용해 볼까요?
먼저 AC의 길이를 cos 법칙으로 구할 수 있으니, 안 구할 이유가 없죠.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적인 행동입니다. 계산 생략하고,
이 나옵니다.
AC, AB와 끼인각을 아니까 S1을 안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적인 행동입니다. 구하면
이 나오네요.
위의 식을 보니
까진 기본적으로 나오네요. 오케이! 현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4) 부족한 조건 유추하기.
이 단계가 4점 문항을 푸는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게 어렵고 낯설 경우 흔히 말하는 킬러 문제가 되죠.
답에서 요구하는 것과 지금까지 구한 것 간에 빈 간극이 있을 겁니다. (2-1)에서 우리가 한 생각을 다시 끄집어 옵시다. (2-1)에서 무엇을 구해야 답에 접근할 수 있을지 적어 놨고, 어떤 풀이법이 적합할지 대충 생각해 놨습니다!
이제 답과 현재 주어진 것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과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경험이 있으면 쉽게 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 풀이량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해당 문제에 적용해 볼게요.
각도를 구하고 싶은데, xy와 곱..... 어? 삼각형 S2에 넓이 공식, S2 = 1/2xy sin(ADC)를 쓰면 그냥 풀리네요!
이렇게 구하면 sin(ADC) = 가 나오겠지요.
남은 건 R인데, 삼각형 ADC에 대해서 sin 법칙 쓰면 되겠네요! (여기서 계산 좀 줄이려면, 어차피 sin(ADC) 값 알고 있으니까 sin(ADC)에 대해서만 표현합시다.)
가 나오네요.
<3단계 : 계산>
이 단계는 쉬워요. 말 그대로 계산만 하면 되거든요.
★ 여기서 갑자기 마음 급해져서 실수 안 하도록 주의하시고요! 또 많이들 여기서 실수합니다.
해당 문제에 적용하면
를 구하면 되니, 위 (2-5)에 나온 것들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54/25, 즉 1번이 나오겠네요!
<요약 / 마치며>
수학 문제를 풀 때 머릿속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단계화해서 여러분들께 소개했습니다.
문제를 보고 무지성으로 펜을 쓰지 말고, 하나하나 문제의 조건으로부터 답을 향해 가는 길찾기 게임이라고 생각하세요. 주어진 조건을 단서로 활용하면서 생략된 길을 찾아나가는 겁니다.
의견, 비판 자유롭게 주십시오. 제 글이 여러분들의 수험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아요, 팔로우는 칼럼 작성 시에 큰 힘이 됩니다.
0 XDK (+11,000)
-
5,000
-
1,000
-
5,000
-
귀엽군
-
작수 언매 8점에 이번 6평 비문학 7틀
-
난 27 근데 수능이 커리어 로우임
-
메타안열리나 14
수시vs정시메타요런거흐흐흐흐흐흐흐흐
-
사회통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요
-
문학을잘하는법 3
23수능이나올때까지존버한다
-
같은거하면 안되겠지...
-
그래도 고2 9모까지는 10
화학을......
-
저 수시러들이 정시에 겁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겁니다!
-
제물로는 재물을 다 놓고 가싶시오
-
이제야 뭔가 실감나면서 ㅈ됨이 느껴지고 눈물이 흐르네
-
기하하면 같은 난이도에 표점더준다는게 함정
-
기하 100 받고 현우진 조교 하고싶었는데 인스타 차단에 커뮤 이력 있으면 조교...
-
6평 성적인증 6
미적은 어케 잘하죠 엔제벅벅이 답인가요 ㅡ.ㅡ 백분위 99 그날까지 달려보자
-
기출과 N제로 높3낮2를 노린다
-
근데 정시로 갈 수 있는 곳 아니면 수시로도 불안불안한데ㅋㅋㅋㅋ
-
확통 미적보다 수요 딸려서 안되나 기하100 맞고싶다
-
도합 12점이 걸린 282930이 문제임
-
잔다이제 9
-
야심한 밤에 2
“3시”
-
고1 끝나고 바로 학원 끊고 메가패스 사서 현우진 커리 타는 중입니다 겨울방학 때...
-
만점 기트남인 vs 만점 통통이 누가 더 많을까
-
이거 표로 나오는거 언제 발표되나요? 전국 몇등일지 넘 궁금쓰~
-
버근가 4
ㅋㅋㅋㅋㅋ
-
물론 미적이 어려웠단걸 감안하는게 맞지만 내 주변에 수학 존나 잘하는 통통이 하나...
-
삼. 당신은 삼이라는 숫자를 사랑하십니까. 이 수를 헤아릴 때면 나는 까닭 없는...
-
라유투자은행으로 다시 이름 바꿀께요
-
오오 오오오 두산의 허경민
-
1통이들은 많이 없음? 16
오르비 성1적 인증에서나 보이고 현실에선 거의 못보네
-
과탐 7
작년까지 1하다가 올해 진짜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생2 했는디 과탐 1등급 처음 받아봄ㅜ ㄹㅇ
-
텔그 이거맞나 1
물어보고싶은데 물어볼곳이없네
-
반영비가 뭐가 다른가
-
작년엔 하루에 2번씩 했는데 올핸 하루에 한번으로 줄임
-
우왕 추억이다…
-
앞이 캄캄하네ㅋㅋㅋㅋ...................... 현타 씨게 온다 하아......
-
2주일의 기적 야호~
-
고2 정시 파이터인데 투과목 해보고 싶은데 어떰? 배기범이 난이도는 많이 차이 안 난다하던데
-
지금 adhd 있어서 복용하는데 하…체질상? 인지 콘서타 36mg 복용중인데...
-
다가와 다가와
-
저격합니다 18
네
-
재수하고 24수능, 실망했지만 타협했고 건대 대형공대 들어갔고 1학년 과탑까지 먹음...
-
검사되고싶다 1
근데 마법사도 좋은데 뭘 해야할질 모르겠네
-
근데 그게 맞음 실제로 애새끼니깐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돼야 하는데
-
혹시 이정도로 수학 부족한가요? 9모 때 수학 높2까지 올리고 싶어요..
-
검사가 되려면… 0
제목 그대로 검사가 되려면 보통 몇년 정도 잡아야 하나요? 대학 입학 부터 검찰에 들어가기까지…
-
안빈낙도하고싶네 6
-
약간 덜렁거리는데 나름 연상이랍시고 리드하려 하다가 지도 모쏠이라서 약간 어설픈 그런 누나
감사합니당
와 진짜 체계적이네요
갓갓...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수학 가르칠 때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과외생이 도통 이해를 못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덕분에 새로운 방안을 생각하게 되네요 ㅎㅎ
7ㅐ추
저는 이걸 알고리즘 풀이법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칼럼으로 나오니 공부 방법에 확신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학 과외 할 때마다 이 얘기를 했었습니다.
사실 저한텐 되게 당연한 방법인데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글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이해시키기 더 쉽겠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놀랬습니다. 과외할때 정확히 이 알고리즘을 설명합니다.. 저는 0단계로서 '마치 시력테스트' 처럼 문제(발문)를 '잘 읽자'(뭘구해라는건지,조건잘챙기기) 도 강조하니 좋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바로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