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5-10-27 16: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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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편]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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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살이 나서 침대에 쓰러져 있다.

창문을 열어두고 잤다.

몸이 아프니 잠을 12시간 정도 잔다.

한 번에 자는 것은 아니고 3번 깬다. 그래서 꿈을 하루에 3번 꾼다.

핸드폰을 떨어트렸는데, 안 그래도 깨져있는 핸드폰이 더 깨졌다.

왼쪽 맨 아래의 액정이 갈라졌다.

난 그걸 손톱으로 긁어 빼냈다.

생각해보니 다시 집어 넣고 싶어졌다.

그런데 크기가 맞지 않아 들어가지 않는다. 떨어져 나온 유리조각은 더 크다.

2. 파인애플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파인애플을 사서(썰어진게 아니다.) 직접 썰어먹는다.

그래서 과도도 샀다. 그런데 파인애플 껍질이 단단해서 과도가 잘 안 들어간다.

잘못하면 내가 다치겠구나. 생각한다.

그래서 과도를 새로 하나 샀다. 이번엔 잘 썰려서 기분이 좋다.

잠시 한강공원에 돗자리 펴고 누워있는 나를 상상한다.

두 손을 배에 두고 천장을 향한 채 눕는다.

이런 자세로 누웠던게 오래 전이다.

목과 허리가 펴져서 아프

눈이 가려워서 잠시 손가락으로 눈을 비빈다
.

눈썹이 들어갔는지 이내 눈이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가려워도 참았어야 했는데.

불안을 느낀다.

사다리의 낮은 단에 있는 나는 위쪽 단의 사람들을 보고 불안을 느낀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가.

썩은 사과에 금박을 칠한다.

그런다고 썩은 사과가 금덩어리가 되진 않는다.

사과는 내부에서 계속 썩어 들어갈 것이다.

금박은 사과와 함께 찌그러질테고, 사과는 결국 말라버릴 거다.

썩은 부분을 놔두자니, 나머지도 다 썩을 것이고, 도려내자니 불구가 될 것이다.

불구가 될 용기는 없다.

다시 사다리를 본다.

내 옆의, 아니, 살짝 위의 사람은 한 단 위로 올라간다.

내 옆의 사람은 한 단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 그 자리에 머물면서, 불안을 느낀다.

"지위로 인한 불안은 비통한 마음을 주기 쉽다." - 알랭 드 보통

비참하고 아픈 몸뚱이는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 천장만 바라본다.

머리 속은 한강공원에 누워있다.

핸드폰에서 나온 유리 조각은 커서 다시 들어가질 않는다.

파인애플을 써는 과도가 잘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불안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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