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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새벽 1시, 새벽 2시, 충분히 쉬어야 하는데 밤새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내일 있을 중요한 발표, 시험, 아이들 문제, 돈 걱정 등등 오지 않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일어나 보면 잔 것 같지 않고 머릿속은 늘 복잡하며,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그 다음날 가서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현대인들의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늘 피곤하다는 것이다. 그냥 몸을 쉬는 것이 완벽한 의미의 피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이때 느껴지는 모든 피로감은 뇌가 지쳤다는 신호다. 뇌의 스트레스는 신체에 스트레스를 준다.
근본적으로 몸의 피로를 푸는 방법과 뇌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휴식 방법만으로는 완전한 휴식을 얻기 어렵다. 뇌는 우리가 쉴 때도 끊임없이 일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최근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멍 때리다’는 ‘멍하다’의 어근 ‘멍’과 ‘낮잠을 때리다’ 등으로 흔히 일상에서 쓰이는 속어 ‘때리다’를 붙여 만든 단어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의학적으로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 Network, DMN)’라고 한다. 하지만 멍 때릴 때도 사람의 뇌파는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때 뇌는 무의식 속에서 주로 과거의 정보를 모아 하나로 정리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뇌 과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 ‘DMN’이 뇌 피로의 주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뇌는 마치 제트기가 속력을 내기 전에 초계비행을 하는 것처럼 뇌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DMN의 에너지 소비량은 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80%나 되는데, 그런 이유로 ‘에너지 낭비꾼’, ‘뇌의 암흑 에너지’라 불린다. DMN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는 한 뇌 피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가만히 ‘멍’ 하게 있는 그 순간에도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는 전기적 신호를 보내면서 우리의 자율신경계를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뇌가 지치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는데, 이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율신경계가 분비하는 뇌신경계 호르몬이 도파민인데,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 중 하나로 중독성이 강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긴다. 도파민 분비가 지나치면 뇌 피로로 이어진다. 과도한 업무로 긴장이 이어지면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되면서 도파민의 과다 분비가 이루어진다. 이때 빠른 자극을 통해 휴식하면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지속되고 도파민도 계속 분비되어 쉬어도 여전히 피곤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몸은 균형을 잃고 소화불량, 두통 등에 시달린다. 이를 막기 위해 느린 자극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몸이 다시 균형을 찾는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느린 자극으로 부교감신경을 활발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뇌 힐링 방법 중 수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면의 절대량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잠을 자도 수면의 질이 나쁘면 피로가 풀릴 수 없다.
수면은 90분을 주기로 하룻밤 4~5회 반복한다. 첫 잠에서 가장 깊고(꿈도 없는 비(非)렘수면) 뇌 파장이 느린 서파가 나타나는데, 뇌 피로는 이때 풀린다. 적당한 수면시간은 최소 6시간 정도 돼야 한다고 수면학자들은 권고한다.
또한 뇌 힐링에 좋은 운동인 요가나 태극권으로 몸을 천천히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 역시 무리가 가지 않는 좋은 운동이다. 과도한 운동은 뇌 피로를 가중시킨다. 호흡과 명상은 뇌 피로를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뇌에 과부하가 걸려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다. 뇌 피로를 풀지 않는 한,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은 없다. 사람의 뇌는 집중하다가도 멍한 상태로 전환해 휴식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뇌를 혹사시키고 있다.
진정한 뇌의 휴식만이 문제 해결 능력, 새로운 정보의 학습, 사회적인 관계의 견고함, 새로운 관계를 생성하는 능력, 창조성과 창의성,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지적 기능의 향상을 우리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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