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쌤] 집안 형편 등으로 재수를 결심하면서 고민하는 친구들을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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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생계형 국어 강사 원천쌤입니다.
오늘 원래 계획에도 없는 글을 짧게 한편 쓸까 합니다.
오르비 게시판을 보니 재수를 고민하게 된 친구들이 경제적 부담 등때문에 고민하는 글들이 꽤 되더군요.
참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면서 2년 전에 재수 종합반에서 가르친 학생이 한명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의 이유가 격려나 도움이 될까 해서요.
(물론 이 친구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 친구는 고3때 수능 당일 날 평소 자신의 실력보다 시험을 못 치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재수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친구의 집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을 권했으나
학생 본인이 '이왕하는 재수, 후회 없이 최선의 조건에서 재수를 하고 싶다'라고 주장해서
부모님은 학원비만 도와주기로 하고 차비, 식비, 교통비는 본인이 해결하면서 다니기로 했습니다.
일단 공부를 꽤 한다고 알려진 친구여서 재수생의 신분으로 동네 중학생들을 가르치기로 해서요.
이 친구는 평일에는 매일 수요일날 과외를 하기 때문에 자습을 못하고 조퇴를 해야 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남아서 자습을 하는데 자기는 그날 저녁을 공부를 못하니까 뒤처지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지요.
그 친구 왈
"남아서 자습을 할 수 있는데, 공부가 안 된다는 이유로 그냥 땡땡이 치는 애들이 제일 부럽고 또 한심했어요."라고 하더군요.
여튼
이 친구는 자신이 자습을 할 수 있는 날들은 최선을 다해서 자습을 하는 걸로 위안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또 이 친구가 부러워한 학생들은, 아무런 부담없이 인강도 결제하고 교재도 사고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하는군요.
본인의 경우는 자신이 알바해서 번 돈으로 교통비 내고, 식대 내고, 학원 책값 내고 나면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은 별로 없었겠지요.
그래서 정말 심사숙고해서 책을 사고
한번 산 책은 정말 열심히 끝까지 다 봤다고 하더군요.
또 재수 종합반 수업 외에 추가적으로 단과 수업을 듣거나 인강을 듣기가 힘드니까
재수 종합반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다고 하더군요. (정말 정말 열심히 들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친구가 자신이 도움이 받은 국어 강사에 관해 말해 준 적이 있는데 정규반 수업과 논술 대체 수업, 그리고 방송 수업의 모든 강사들을 나열하더구요.
결국 이 친구는 전과목 모든 강사들에게 무엇이든 배워내고야 만 것이죠.
이 친구가 겪었던 또 하나의 핸디캡은 집이 무척 멀어서 많은 시간을 통학을 위해서 보내야 했다는 거지요.
이 친구와 집이 비슷하게 멀었던 다른 친구는 집에서 학원 앞에서 학사를 얻어주어서 등원 시간이 2분이었어요. 거의 매일 6시반부터 자습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친구는 종례 시가이 다 되어서야 허겁지겁 가기 일쑤이니 다른 친구에 비해서 자습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지요.
워낙 만원 지옥철을 이용해서 책을 꺼내 공부하기도 힘든 상황이었구요.
이 친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을 들으면서 최대한 좋은 기분을 유지한다. 짜증내지 않느다.
그리고 일단 학원에 가서 앉으면 최선을 다해 수업을 듣고, 공부한다.
였던 거지요. (본인 주장으로는 한 번도 수업 시간에 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 낙천적이고 씩씩한 친구 (당시 3층 교무실에 '까르르~'하는 웃음 소리를 내면서 자주 출몰했었지요)에게 위기가 왔는데
9월 평가원 시험이 썩 좋지 않았죠.
눈물을 글썽이며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을 제가 옆눈질로 보면서 조용히~~ 지나 갔던 기억이 있네요.
(후에 말하기를
부모님께 '딸 1년 재수도 마음껏 하게 도와주지 못하냐'고 모진 소리를 해서 재수를 하고 있는데
성적이 잘 안 나오니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발랄한 친구는 또 언제 그랬다는 듯이 발랄하게 공부하더군요.
그리고...
그해 수능 당일
아주 대박이 납니다~~
그리고 논술학원에 다닐 돈을 달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가 죄송하다고~
2차로 논술을 보지 않고 면접만 보았던 모 대학의 경영학과를 싼 맛(?)에 갔지요.
이 친구가 그해 일년 동안 보여준 모습에서
제가 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뭔가 답답하고 일이 꼬일 때
그 친구에게서 배운 교훈을 되새기며 마음을 가다듬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
이 친구의 이야기가
마음을 열고 읽어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아~
수능 끝나고 만났을 때
"작년에 수능을 망친 것이나, 올해 운이 좋게 다 맞은 것 모두 자기 자신이 아니라 지나가는 풍경들 같은 것인데 남들은 그게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라고 했던 네 모습을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 그대로
너 자신을 지키고 씩씩하게 잘 살아가길 항상 응원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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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 글의 주인공에게 보여주고 감수(?)와 승락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기말 고사가 끝나면 본인이 직접 써보겠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덧글
저는 이 친구가 독재를 하거나 다른 학원에서 공부했더라도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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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옥 의대 가세요~~
수정했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것도 감사^^
잘읽었습니더. 마음에와닿네요
어떤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은 최고의 칭찬이겠지요.
가끔 오타도 나고 통일성, 완결성은 부족해도 마음에 가 닿는 글을 쓰고 싶네요.^^
댓글 달아 주어서 고맙습니다, ^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
1+1=?
무슨 뜻이죠?
귀요미
헉? 누가??
that's you
허허헉~~ 뉘신지......
좋은글 감사합니다 너무나 훌륭하고 어른스런 학생이네요^^
넵.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한수 배운 학생이지요.
'작년에 수능을 망친 것이나, 올해 운이 좋게 다 맞은 것 모두 자기 자신이 아니라 지나가는 풍경들 같은 것인데'
사연 주인공 수능 만점자인가요? 싼맛에 모 경영 갔다는 건 설경이라는 거고..ㅋ
흠 흠 흠
이름보다 대학이 더 앞에 나오는 우리나라가 너무 서러운것같아요.
OO대 OOO가 아니라, 이름은 OOO인데 대학이 OO대일뿐
이런식이여야 할텐데 말이에요. 걍 재수실패해서 푸념이에요 ㅠㅠ
넵 공감합니다.
본인의 이름 석자가 무엇보다도 자랑스로운 타이틀이 되는 삶을 사시길 응원합니다.
저도 그리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제 경험이랑 겹쳐서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올해 다시 수능본 입장에서 저런 상황에서 다시 수능공부를 결심하는 분들께 넷상으로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화이팅!!
댓글 감사하고 응원 감사드립니다.
제 글과 또 이 댓글을 읽은 학생들에게 격려가 되었을 겁니다.^^
쌤 안녕하세요ㅋㅋㅋ
첫문장보고너무웃겼어요 송파대성다녔는데기억하실지모르겠네요^^
웃기다뇨.
오로지 수능국어에 사랑하는 두 여인네의 생계를 건 아재의 내적 고백이 담긴 문장이구먼.
송대 몇반이었나요??
올해 s1이요 그이상은쉿!
흠 누구냐 ? ㅋㅋ
S1반 친구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90퍼센트 정도는 기억할 듯 한데 ㅋㅋ
송파 S1반
강대 인문 2반 5반 6반
특히 자연 7반
모두 나에게 축복같은 반들이었지요.
다시금 감사 감사~~
아마 저도 기억하실거예요ㅋㅋ
나중에 한번 찾아뵐게요!
기둘릴게요^^
쌤 강대 재종반 수업 들었던 학생입니다ㅠㅠ 수업 때 이 이야기듣고 반성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시철이네요...
그리고 쌤이 "가장 최악은 가끔 노력하는 자다" 라고 말하신 것도 디게 와닿았어요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ㅎㅎ
잘지내시죠?! 쌤은 이젠 따님이랑 자주 놀아주실 수 있으시겟네요! ㅎ
정말 시간은 가차없이 흘러가버리는군요.
"가장 최악은 가끔 노력하는 것이다"는 바로 딱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죠 ㅠ ㅠ
새해에는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딸이랑은 아주 친해졌지요. 훈훈한 시간 봐내고 있어요. 뭐 이것도 얼마 안 남았지만.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