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호랑이 [1267267]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4-12-09 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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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반도체공학과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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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24학번 재학생입니다.


세 줄 요약.

반도체공학과가 오히려 다른 진로로 갈 때 도움이 된다

포스텍, 이공계에서는 먹힌다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6년 박사는 가능하니까 반도체할 거면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와라


포항공대만 검색해도 '포항공대 절대 가지마세요'가 연관 검색어로 뜨는 현 상황에서 진짜 포스텍은 망했는지, 포스텍 반도체공학과는 갈 만한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전 카이스트 반도체공학과 우선선발이였지만 포스텍 반도체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2025학년도, 대학을 결정하는 여러분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반도체 공학과는 삼성의 노예 아닌가?

결론은 '아니다' 입니다.

아마 반도체공학과를 고민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한 번씩 들어봤을 말인 것 같습니다. 

삼성에 의무적으로 근무해야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이죠. (3학년부터 졸업까지 장학금 수혜기간 * 2)

여기서의 쟁점은 두가지로 나뉩니다. 

삼성에 꼭 가야하는가? 그리고 그 좋은 대학에서 삼성에 가면 메리트가 있는가?이죠.


1-1. 삼성에 가야하는가?

계약학과 학생들은 2학년 2학기에 삼성입사테스트 비스무리한 걸 봅니다. 

자기가 진짜 삼성에 가기 싫다 / 다른 곳으로 가겠다 하면 일단 여기서부터 시험에 응시 안하면 삼성에 안 가도 됩니다.

시험을 쳐 삼성에서 장학금을 받았다하더라도 위약금을 뱉고 타 회사로 가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1-2. 그 좋은 대학을 나와서 삼성을 왜 가나?

삼성 외에 설카포 학생이 선택하는 진로는 생각보다 몇 개 없습니다. 국내 대기업, 금융권, 전문직, 빅테크, 해외 대학원으로 추려지죠.

타 진로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으나 일단 국내 대기업으로 간다면 반도체공학과는 좋은 선택입니다. 

삼성 DS 내 핵심부서로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삼성의 성과급은 사업부의 실적으로 결정됩니다. 그래서 실적이 안 좋은 파운드리와 실적 좋은 메모리는 연봉에서 꽤나 큰 차이를 갖습니다. 같은 메모리에서도 주류 부서인 회로설계, 패키징은 더욱 승진에 유리하고요.

반도체공학과에서는 이런 주류 부서로의 입사가 훨씬 수월합니다.

그렇기에 어차피 국내 대기업 갈 거면 반도체공학과가 나은 선택인 거죠.


2. 반도체공학과에 간다면 다른 진로로 가기 힘든 것 아닌가?

결론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입니다.

이 부분은 가장 중요한 내용이니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금융권

공대 졸업생이 금융권으로 가는 경우 처음 커리어는 대부분 다음 4가지로 시작합니다.

VC,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증권사이죠.

앞의 3가지(VC, 애널리스트, 컨설턴트)는 삼성에서의 경력이 도움됩니다. 

취업 경쟁이 굉장히 심한 분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학회 활동을 해서 스펙을 쌓은 다음에 학사졸로 취업할 생각이 아니라면 석사, 박사 학위를 갖고 삼성에서의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증권사(퀀트)로 갈 것이라면 여기서 글을 끄셔도 됩니다. 솔직히 반도체공학과에서 퀀트, 증권사는 좀 힘든 것 같습니다.


2-2. 전문직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로 대표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포스텍 반도체공학과는 여기서 강점을 가집니다. 박사 6년 + 군면제이기 때문이죠.

로스쿨 입시를 알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로스쿨 입시는 정성평가 + 정량평가로 구성됩니다. 그 유명한 LEET 점수가 정량평가이고, 스펙이 정성평가이죠. 근데 특히 상위권 로스쿨들은 나이를 중시합니다. 젊을 수록 입시가 편하죠. 

그렇기에 여러분이 학위에 대한 욕심이 있고, 전문직을 하고 싶다면 그냥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와서 빨리 학위 따고 장학금 뱉고 로스쿨 가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일 겁니다. 어차피 공대에서 배우는 것 중에 로스쿨에 관련된 건 적으니까요. 

변리사도 같은 맥락에서 유리합니다. 변리사 준비는 어차피 자습이니까 비슷할 거고, 변리사로 진출한 후에는 반도체 박사 학위가 확실한 비교우위를 주니까요.

회계사로 갈 것이라면 여기서 글을 끄시면 됩니다ㅋㅋ


2-3. 빅테크 

가장 유리한 진로입니다. 

군+학석박 박사 기준 타대학 31살(이것도 빠른 겁니다) 포스텍 반도체 27살로 최소 4년의 커리어 차이가 발생합니다

많은 삼성맨들이 실리콘밸리 삼성지사 주재원, 피닉스 파운더리 공장 등으로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여기서 다시 빅테크로 이직할 수 있습니다. 뭐, 외에도 어쨌든 아직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등 회사인 삼성에서의 근무경력은 빅테크 이직에서 확실히 유리합니다

즉, 같은 나이에 훨씬 나은 커리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4. 해외 대학원 - 교수

솔직히 카이스트, 서울대에서도 해외 대학원 진학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조금만 검색해보세요)

당신이 그 정도의 수재라면 포스텍 반도체공학과는 2개의 선택지를 줄 수 있습니다

석사 취득 후 삼성 취업 후 해외 대학원 유학(공학)

박사 취득 후 삼성 취업 후 해외 MBA(비즈니스)

뭐, 제 기준에서는 둘 모두 바로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 느껴집니다.

그리고 산업계가 학계를 압도하는 국내 특성 상 여러분이 반도체 분야를 한다면 SAIT, SR 등 삼성 내 연구조직에 가시는 편이 교수가 되는 것에 유리합니다.


3. 포스텍은 망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의 진로에 따라 그럴 수 있지만, 이공계에서는 절대 아니다'입니다.

최근 수도권 집중화가 일어나며 우리 학교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 걸 압니다.

그래도 나름의 수준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3.1. 이공계에서의 포스텍

반도체의 경우에는 NINT라 불리는 국내에서 손에 뽑는 규모의 기술원이 학교 내에 있습니다. 게다가 원장님이 반도체학과 주임교수님입니다. 반도체에서 6년 학석박 가면 남자들은 NINT에서 전문연하면서 군대 안 갈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에 붙어있는 기술원은 학교 자산이 아니라 학부생의 자유로운 이용에 제한이 있죠. 뭐, 15년 지난 장비 고칠 돈도 없어서 고장 딱지 붙여놓는 서울대 반공연은 말할 것도 없고요.

SPK, 국내 탑 대학원인 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삼성을 가면 SPK 박사 출신은 경력 10년을 인정해 CL3 과장, YK 박사 출신은 CL2 말년 대리, 외 대학교는 경력 인정을 그것보다 낮게 해줍니다.


3.2. 이공계가 아닌 곳의 포스텍

솔직히 잘 모릅니다. 근데 이공계에서 돈 안 벌 거면 포스텍 비추합니다. 그냥 서울에 사람 많은 종합대 가세요


4. 결론

서울대 & 포스텍 반도체(3+3 기준) > 카이스트 반도체 & 포스텍 반도체(5년 학석 기준) > 카이스트 ? 포스텍

이라 생각합니다

6년 학석박이라는 말이 안 되는 제도가 남아있을 때 오는 게 개이득입니다


5. 잡담

서울대 안 간 거 후회하냐?

솔직히 약간 합니다.

근데 남들 군대 갈 때 되면 후회한 거 10배만큼 행복할 거 같습니다ㅋㅋ

그리고 뭐, 솔직히 포항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연애할 사람은 다 합니다ㅋㅋ



질문 환영합니다.


#포항공과대학교 #포스텍 #반도체 #계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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