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몬 [1325791] · MS 2024 · 쪽지

2024-12-11 00: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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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가 백성들에게 쓴 한글 편지를 읽어 보자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70489175

* 아래아는 /ㅓ/와 비슷하게 읽으면 됩니다

* 16세기 말이기 때문에 합용병서는 그냥 경음으로 읽으시면 됩니다 

* ㆎ, ㅐ, ㅔ 등은 이중모음이었기 때문에 'ㆍ ㅣ', 'ㅏ ㅣ', 'ㅓ ㅣ' 이렇게 읽으시면 됩니다. 


원문 


ᄇᆡᆨ셩의게 니ᄅᆞᄂᆞᆫ 글이라


님금이 니ᄅᆞ샤ᄃᆡ 

너희 처엄의 예손ᄃᆡ 후리여셔 인ᄒᆞ여 ᄃᆞᆫ니기ᄂᆞᆫ 네 본ᄆᆞᄋᆞᆷ이 아니라 

나오다가 예손ᄃᆡ 들려 주글가도 너기며 

도ᄅᆞ혀 의심호ᄃᆡ 예손ᄃᆡ 드럿던 거시니 나라히 주길가도 두려 

이제 드리나오디 아니ᄒᆞ니 

이제란 너희 그런 의심을 먹디 말오 서ᄅᆞ 권ᄒᆞ여 다 나오면 

너희를 각별이 죄 주디 아닐 ᄲᅮᆫ니 아니라 

그 듕에 예ᄅᆞᆯ 자바 나오거나 예 ᄒᆞᄂᆞᆫ 이ᄅᆞᆯ ᄌᆞ셰 아라 나오거나 후리인 사ᄅᆞᆷᄋᆞᆯ 만히 더브러 나오거나 아ᄆᆞ란 공 이시면 

냥천 믈론ᄒᆞ여 벼슬도 ᄒᆞ일 거시니 

너희 ᄉᆡᆼ심도 젼의 먹던 ᄆᆞ음믈 먹디 말오 ᄲᆞᆯ리 나오라 

이 ᄠᅳᄃᆞᆯ 각쳐 쟝슈의손ᄃᆡ 다 알외여시니 

ᄉᆡᆼ심도 의심 말고 모다 나오라 

너희 듕의 혈마 다 어버이 쳐ᄌᆞ 업ᄉᆞᆫ 사ᄅᆞᆷ일다

네 사던 ᄃᆡ 도라와 녜대로 도로 살면 우연ᄒᆞ랴

이제 곧 아니 나오면 예게도 주글 거시오

나라히 평뎡ᄒᆞᆫ 휘면 너흰ᄃᆞᆯ 아니 뉘오ᄎᆞ랴 

ᄒᆞᄆᆞᆯ며 당병이 황ᄒᆡ도와 평안도애 ᄀᆞᄃᆞᆨᄒᆞ엿고 경샹 젼라도애 ᄀᆞᄃᆞ기 이셔 

예 곧 과글리 제 ᄯᅡᄒᆡ 곧 아니 건너가면 

요ᄉᆞ이 합병ᄒᆞ여 부산 동ᄂᆡ 인ᄂᆞᆫ 예ᄃᆞᆯ흘 다 틸 ᄲᅮᆫ이 아니라 

강남 ᄇᆡ와 우리나라 ᄇᆡ를 합ᄒᆞ여 바ᄅᆞ 예나라희 드러가 다 분탕ᄒᆞᆯ 거시니 

그 저기면 너희조차 ᄡᅳ러 주글 거시니 

너희 서르 닐러 그 젼으로 수이 나오라


만력 이십일련 구월 일





현대어역 


백성에게 이르는 글이다. 


임금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처음에 왜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왜적을) 이끌어 다니는 것은 너희의 본마음이 아니라 

(도망쳐) 나오다가 왜적에게 붙들려 죽지 않을까 여기기도 하며 

도리어 의심하되 왜적에게 들어가 있었던 것이니 나라에서 죽이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하여 

이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너희가 그런 의심을 먹지 말고 서로 권하여 다 나오면 

너희에게 각별히 죄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그중에 왜적을 잡아 나오거나 왜적이 하는 일을 자세히 알아 나오거나 포로가 된 사람을 많이 데리고 나오거나 해서 어떠하든 공이 있으면

양천(良賤)을 막론하고 벼슬도 시킬 것이니 

너희는 생심이나 전에 먹고 있던 마음을 먹지 말고 빨리 나오라. 

이 뜻을 각처의 장수에게 다 알렸으니 

생심이나 의심하지 말고 모두 나오라. 

너희들이 설마 다 어버이나 처자가 없는 사람이겠느냐? 

너희가 살던 데로 돌아와 예전처럼 살면 좋지 않겠느냐? 

이제 곧 나오지 않으면 왜적에게 죽기도 할 것이고 

나라에서 평정한 후에는 너희들인들 뉘우치지 않겠느냐? 

하물며 명나라 군사가 황해도와 평안도에 가득히 있고 경상도·전라도에도 가득하여 

왜적들이 곧 급히 제 땅으로 건너가지 않으면 

조만간 (조선군과 명군이) 합병하여 부산과 동래에 있는 왜적들을 다 칠 뿐 아니라 

중국 배와 우리나라 배를 합하여 바로 왜국에 들어가 다 토벌할 것이니 

그 때면 너희도 휩쓸려 죽을 것이니 

너희들이 서로 (이런 이야기를) 전하여 그 전에 빨리 나오라.” 


만력 이십일련 구월 일



해석 원본: http://contents.history.go.kr/front/hm/view.do?levelId=hm_091_0070




언어학적 특징



1. 반치음의 소실

'처ᅀᅥᆷ', 'ᄆᆞᅀᆞᆷ'으로 쓰이지 않고 '처엄', 'ᄆᆞᄋᆞᆷ' 등으로 쓰였단 점에서 반치음이 음운론적 변별 기능을 잃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제1 차 아래아 소실 

제1차 아래아 소실이란 2음절 이하에서의 아래아가 'ㅡ'로 변하는 것을 말하는데 'ᄆᆞᄋᆞᆷ'과 'ᄆᆞ음'의 공존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3. 중철 및 분철. 표기법의 혼란

'ᄲᅮᆫ니', 'ᄆᆞ음믈', '과글리' 등에서 보인은 중철과 '글이라', '님금이', '젼으로' 등의 분철 표기의 공존은 표기법의 혼란을 보여줍니다.

4. 자음동화 표기 반영

'ᄃᆞᆫ니기ᄂᆞᆫ(ᄃᆞᆮ니-)', '동ᄂᆡ(東萊)', '인ᄂᆞᆫ(잇ᄂᆞᆫ)' 등의 자음동화 표기가 보입니다. 특히 마지막 '인ᄂᆞᆫ'의 경우 중세국어에서 근대국어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ㅅ의 불파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5. 2인칭 의문 어미 -ㄹ다 

"너희 듕의 혈마 다 어버이 쳐ᄌᆞ 업ᄉᆞᆫ 사ᄅᆞᆷ일다"에서 의문문 어미 '-ㄹ다'가 보입니다. 


6. '-어 잇-' 구성의 선어말어미화  

'알외여시니'에서는 '-엇-'이 과거의 의미로, '드럿던 거시니'에서는 '-엇-'이 기원적 구성인 '-어 잇-(-어 있-)'의 의미를 여전히 지니고 있음을 통해 아직 문법화 내지는 선어말어미화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7. ㅎ 말음 체언

'나라히', 'ᄯᅡᄒᆡ', '예ᄃᆞᆯ흘' 등을 통해 여전히 ㅎ 말음 체언은 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8. '왜'를 뜻하는 '예'

훈몽자회에서 '倭'의 훈을 '예'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 향가 혜성가에서 '왜'를 '倭理'로 표기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여리>예'와 같은 변화를 겪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매품으로 '*모리>뫼(산)', '누리>뉘', '나리>내(川)' 등이 있습니다


8. 일부 어휘 

'강남(江南)'은 훈민정음에서도 중국을 나타냈던 만큼 '중국'을 대신 江南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우연ᄒᆞ랴'는 '웬만하지 않겠느냐?', '좋지 않겠느냐' 정도를 의미합니다. 현대와 비슷한 의미죠. 


'수이 나오라'의 '수이'는 '수ᄫᅵ'에서 변한 형태로 이 교서에서는 '쉬이'가 아니라 '빨리'를 의미합니다. 현대국어에서도 '쉬이'가 '빨리'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같은 의미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김유범(2014), 한글 고문서 「宣祖國文諭書」에 대하여








백성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선조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이런 교서를 "한글"로 작성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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