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명서정시 [1315476] · MS 2024 · 쪽지

2024-12-19 15: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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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능을 완전히 말아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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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지 이제 약 1달 정도가 지났네요.

오르비를 처음 알게된 시기도 제가 처음 재수를 시작할 당시인 2020년이니, 벌써 약 4년이 흘렀네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성적이 마음에 드시나요?

수능 성적표에 찍혀있는 그 숫자들을 보고 미소를 비롯한 긍정적인 무언가들이 여러분을 감싸고 계신가요?


삼수를 마치고 가야할 대학을 고르던 저의 2021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의 수험생활은 핑계의 연속이었습니다.

고작 1년이라는 수험생활에 뭐 그리도 핑계가 많았는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그것들은 제 수험생활에 방해가 되는 '이유'이기는 했습니다 분명히요.

하지만, 결국 그러한 이유들을 딛고 수험생활에 매진하지 못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원하는 성적을 당당히 받으신 수많은 '여러분'들과는 다르게

2022학년도 수능에서 현역 때보다도 낮은 성적을 받은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학창시절 저는 꽤나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교우관계도 나름 좋았습니다.

주변은 항상 친구들로 붐볐고 나름 '행복'이라는 단어를 조금은 편하게 남길 수 있는 상태였죠.

그것을 제 '복'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복'은 18살 이후로 사그라들게 된 것 같네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이 되지 않던 이유로

소위 말해, '전교 왕따' 수준의 집단적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기점으로 저는 기존에 앓던 '광장공포증을 동반한 공황장애'가 무척이나 심해지고

공부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제게 '성적'이란 자존심이었습니다.

그 시절 저를 정신적으로 지키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죠.

저의 학창시절만 해도 정신과에 다니는 것은 꺼려지는 행동이었습니다.

스스로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로 고통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치료하는 행위를 위해 병원을 다닌 다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었죠.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집안 내에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되었던 재산관련 송사로 인한 소송으로 인해

어머니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셨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 공부를 하는 제게 쏟아내셨죠.

또, 부부싸움은 극에 달해 종종 제 귀에 들려오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수험생이던 저는 하루에 몇시간씩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모조리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온전한 공감을 원하셨고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말 한마디라도 실수를 하게 되는 순간은 곧,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설움 섞인 아픈 말들을 쏟아내셨고

자식으로서 그것은 아프고 저려왔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의 고통을 이해했기에 홀로 온전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공부보다는 어머니의 건강이 소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정신 상태론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수능을 망치고 말았죠.


결국 수능 끝에서

저는 심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을 비롯한 망가진 스스로만을 남겼습니다.

당시 저는 집안에선 숨을 쉬는게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볼 적에 숨을 쉬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퍽 아픈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적을 많이 낮춰

집에서 멀리 떠나 지방의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벌에 대한 미련 따위는 잠시 접어둔 채로

잠시 부모와 떨어져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했으니까요.

지방에서의 생활은 퍽 즐거웠습니다.

나름 행복했습니다.


2022년부터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피로 시작한 독서는

제게 새로운 꿈을 가지게 했습니다.


'작가'입니다.

이상하게도 문학책을 읽을 적엔 저는 행복했습니다.

문학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저도 문학 속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것을 문학에서는 '갈등'으로 표현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작품을 써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지금까지 써온 습작시만 400편이 넘어가며

짧은 단편소설은 50편에 달해갑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다시 접수한 수능.

나쁘지 않은 수능 성적.


그것들은 제가 상상으로만 가보았던 문예창작과에 다닐 수 있게 되었죠.

제가 살던 고향 근처에 자리 잡은 문예창작과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은 이렇게 돌고돌아 25살에 1학년으로 문예창작과 신입생이 되었네요.


여러분들 다시 물어볼게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성적표에 기재된 그 숫자가 마음에 드십니까?


저는 단 한번도 그 숫자가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요.

다만, 지금 돌아보면 그 숫자에 갇혀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꽤나 오랫동안 그 숫자에 갇혀 살았습니다.

수많은 생각들에 내린 결론은

저는 그간 꽤나 과거에 갇히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저처럼 과거에 갇히지 마세요.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는 것은 본인 스스로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스스로를 아프게 한 저와는 다르게요.


모든 수험생분들 응원합니다.

저는 앞으로 스스로를 사랑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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