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누군가에게는 찬란한..누군가에게는 서글픈...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7099627
12월 9일을 학생만큼 초조하게 기다렸다. 서강대 발표일이었다.
6개월 남짓 1주일에 한번 과외하던 학생이었는데, 참 나를 많이 따라서
하루에 두세번 통화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학생의 자소서도 한글자 한글자를 정성스레 봐 주었고,
수능 전 날에는 마인드컨트롤도 함께 했다.
오후 5시에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9시부터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나는
2시에 입학처 팝업창이 뜬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했다.
"OO야, 빨리 전화해봐"
"아, 떴어요? 얼른 해볼께요"
정시에서 국어에서 불의의 타격을 입고 sky정도를 기대했는데 그에 크게 못미치는 그 학생에게
수시마저 서강대가 마지막으로 남은 상황이었다.
그 학생에게 5분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합격했으면 바로 전화했을텐데 5분이나 걸리는 것을
두고 볼 때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예감이 밀려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선생님, 저 떨어졌어요.."
"그래...OO야 너무 낙심하지 마라"
"선생님, 저 재수하려구요."
"그래 OO야, 선생님이 1월에 개원하는 학원으로 와라. 내가 수능때까지 돈 안받고 가르치마"
학생이 수능에서도, 수시에서도 좌절한 것이 나의 잘못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정말 마음이 아파서 무어라도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저 서울에 가보려구요. 부산에 집에 있으면 기분 때문에 별로 공부를
못할것같아요. 서울 친척집에서 지내면서 단과들으며 자습식으로 해보려구요."
"그래....그 방법도 좋겠다. 역시 OO는 옳은 말만 해. 그렇게 해라. 그리고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라. 내가 OO자리는 처음부터 비워놓고 있을께."
그리고 나서 힘겨운 마음으로 학생의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처음 상담을 했을 때 꼭 선생님만 믿겠다던 학생의 아버지께 정말 송구한 마음이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최선 다해 주신 것 압니다. 저희 애가 그런 건데 어쩔 수 없지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한동안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지도하던 고3 학생의 재수....학생이 의지하고 그렇게 따랐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온통 내잘못 같았다.
12월 9일...누군가에게는 찬란한...또 누군가에게는 서글픈...
내가 지도했던 학생만큼 아팠던 모든 고3, 재수, N수생들...
힘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잘 견뎌내서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부모님이나 사회 진출하신 선배님들한테 물어봤는데 그래도 이정도면 사회에서 학벌로...
-
언제쯤 옴??
-
[속보]김어준 “계엄 당시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아” 3
방송인 김어준씨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체포되어 이송되는 한동훈을...
-
ㅎㅎ 0
작년 충원율이 104프로인 것을 본 나:
-
수도권 의대 붙었어요! 궁금하신 게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질문 받습니당
-
경상대 오시면 좋겠다
-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ㅠㅠㅠㅠ 76 논술 고대 션티 정시 진학사 학우 삼반수 고경 윤석열 합격
-
이 문제에 ㄷ에 대해 챗지피티로 물어봤는데 이 답변이 맞나요?
-
올해 가장 와닿는 말 10
-
이제 아무것도 못하고 2주동안 똥꼬 타게 생겻네
-
외대 경제 논술 0
외대 논술로 경제학과 합격하신 분들 중에 빠지실 분 계신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몇 년 전 입시제도로도 수시 메디컬이 개꿀이라서 지방 가서 다 씹어먹을 자신 있으면...
-
고등학교 자퇴하고 그냥 펑펑 놀다가 작년 11월에 수능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
잘모름
-
시세무 진짜 뭐노 10
얘만 딱 이러네 시립대 자연대는 순위 많이 낮던데
-
현역시절 연떨고떨 둘다해봄
-
가능성 있나요 작년에 추합 2명 돌앗서요 ㅠㅠ
-
성대 사과계 예비라서 중복으로 많이들 붙으셨는지.......ㅠㅠㅠㅠ
-
궁금해요..
-
수시 합격 시즌은 "와~ 축하해요" "ㄹㅈㄷㄱㅁ!! 즐거운 대학생활 되세요!!"...
-
등록금 압수
-
제발제발..
-
이놈들 혹시?!?!
-
지금 진학사 3
나중되며누더 떨어짐..?
-
네
-
현타 온다 0
친구들 다 합격했는데 나는 참...ㅋㅋ
-
반수 고민글.. 0
이번에 서울시립대(예비 4번) 빼고 5광탈했는데.. 정시로 경외시 낮과 갈 성적이...
-
무거운 돌을 1cm라도 더 굴려 올리는건 진짜 좆같이 힘든데 나락가는건 순식간임...
-
잡아먹을까
-
있을까요? 4명 뽑는데 .....
-
휴릅선언 1
수시충들 존나부러워서 못있겠음 ㅆㅂ
-
인하대 딱대...
-
윈자 윈볼 볼시 이런거 참 좋아했는데 옵2넘어오고는 재미가 없음ㅋㅋ 업데이트좀 제대로 하지 ㅠ.ㅠ
-
ㅇ
-
국어랑 과탐 한번도 시간 내에 푼 적이 없음.. 시공간 132엿는데 현역때 기벡...
-
걍 2학년때 문과갈껄 싯팔
-
삼수하면 어카지 ㄹㅇ 재수에선 끝내야되는데
-
왜금요일꽉꽉채워서하냐는말이야ㅜㅜㅜㅠㅜ
-
여기 수능망한 애들도 많은데 굳이 여기서 왜 자랑하는거임? 주변에 축하해줄...
-
말라죽음
-
진학사 컷 0
작년 재작년이랑 비교하면 합격 백분위가 올해 예측이 2나 높고 환산 점수 상으로도...
-
이제 진짜 물러날 곳이 없는데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
너무 떨린다
-
설수리VS포스텍 23
어디가 더 좋다고 생각함? 글쓴이는 대깨수고 면접 갔을때 분위기는 포공이 압도적으로...
-
진학사 4칸 1
지금 나군 4칸 이정도 가능성 있나요 ㅠㅠㅠ 130명 정도 뽑아요
-
연대 2차발표 2
언제인지 아시나요?
-
부계는 프로게이머 만나면서도 이기는데 본계는 다이아에서 정치당함
-
내앞에 빠질사람이 점공에 아무도 안보여요 최초합들 다 어디갔니
-
수학학원 질의응답 알바고 화, 목 5시부터 10시까지 나가야되는데 수능준비에 방해될까요?
-
들어감? 진학사 평균 등급 보니까 안 들어가는 것 같은데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