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어에서의 직관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71694485
안녕하세요,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쑥과마늘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써볼 일이 없을 것 같아 ‘국어에서의 직관’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드릴 말씀은 '강사'가 언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거든요.
여기에서 말하는 '직관'은 수학에서 말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출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빠를 것 같네요.
다음은 2023학년도 6월 ‘향아’ 지문의 <보기>의 한 구절입니다.
(가)는 물질문명의 허위와 병폐에 물들어 가는 공동체가 농경 문화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건강한 생명력과 순수성을 회복하기를 소망하는 작가 의식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보기> 문제에 딸린 1번 선지입니다.
(가)에서 ’차라리 그 미개지에로 가자‘라는 화자의 권유는 공동체의 터전을 확장하여 순수성을 지켜 나가려는 의식을 보여주는군.
정확한 풀이로 풀자면, ‘확장’이라는 단어를 긋고 고르는 게 맞습니다.
근데 지금 칼럼 제목이 ‘국어에서의 직관’이잖아요?
저는 현장에서 이 문제를 풀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생명력과 순수성을 회복하기를 소망한다면,
지금 현재는 생명력과 순수성이 결핍된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없는 순수성을 ‘지켜 나갈’ 수 없는 거 아닌가?
사후적으로 분석하자면,
‘회복’이라는 개념은 ‘결핍’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체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물약을 먹고 회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비슷한 예시를 몇 가지 더 보여드릴게요.
다음은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34번 문제의 <보기> 중 일부입니다.
(가)의 자연은 속세와 구별되는 청정한 이상 세계로 그려지며, 신선의 이미지를 통해 탈속적이고 고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보기> 문제에 딸린 1번 선지의 일부입니다.
‘(나)의 ’생매‘는 고고한 취향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소재이군.’
여기서도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고고한 가치는 (나)가 아니라 (가) 아닌가?
더 봐보죠.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 ‘우포늪 왁새’ 지문 <보기> 문제의 정답 선지입니다.
날아가는 왁새와 완창을 한 소리꾼을 대비하여 자연과 인간이 통합된 예술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지문은 앞서 말씀드린 것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강사들마다 해석이 갈리거든요.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1. ‘대비’를 허용할 수 있는가?
2. ‘사실적’을 허용할 수 있는가?
강사의 입장에서는 특정 관점만을 선별하여 가르쳐야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쨌든 정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의심점’을 파악하자는 것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이 의심점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직관을 활용하기 용이해집니다.
논란이 많은 2024학년도 수능 34번 <보기> 문제의 정답 선지 중 일부입니다.
(나)는 ‘청산’에서의 삶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야인 생애’로 표현하여 겸양의 태도를 드러내는군.
저는 현장에서 시제 논리나 ‘자랑스러움’의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움’과 ‘겸양’은 뭔가 충돌하는 느낌이 들어 의심점을 잡고 선지를 골랐습니다.
분명 이상적으로는 잘 읽고 잘 푸는 게 정답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분명 막히는 순간이 한번은 찾아옵니다.
그 막히는 순간을 대비하지 않으면 그 구간은 약점이 됩니다.
‘배움’의 입장에서는 논리적인 풀이를 체득하되,
‘문제풀이’의 관점에서는 의심점을 도입해보는 걸 권장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정답을 맞힐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좋아요와 팔로우는 큰 도움이 됩니다.
(잡담 게시글 구독 해제를 권장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 망한다는게 근거가 뭐임?
-
일단 나부터
-
그런 건 없다 게이야.... 장난은 여기까지고, 본인은 고1 3모부터 고2...
-
잇올 비싼거같던데 러셀 자습관 같은데만 쓸 수 있나
-
ㅇㅇ
-
머풀어야댐 간쓸개? 그것도 시즌 여러개던디
-
라고 쓰면 조회수 늘어난다함
-
돈 열심히 벌어야지
-
가군 전추 넘어가기 전에 내가 붙어서 의대 합격증을 받을 수가 있냐가 너무 궁금함
-
질문해줘 38
심심해
-
챗지피티가 이렇게 적으면 어그로 끈대
-
ㅈㄱㄴ...
-
이천 시골에 룸메 있는 방이 왜 150 이냐 룸메비용임?
-
오팬무? 9
ㅈㄱㄴ
-
집밖에 못나감 2
나가자마자 배가 꾸르륵함 큰일낫다
-
물리가 재밌다는게 다른 수능 과목에 비해서 재밌다는거죠? 막 롤이나 유튜브...
-
스블만 해도 3
개념이나 스킬적으로 모자랄건 없을 것 같은데 허들링은 뭐지 김준쌤 필수이론이랑 크포 느낌인건가
-
다시는 안올 역대급 뭐 사지도 않았는데 왜이렇게 많이썻지 이번달에 산거 좀 팔아야겠네
-
오ㅑ케 그지같지... 전에 누구 좋다 이랬는데 중국인 루머 돌때였는데 짱깨는좀...
-
나 돌대가리구나 분수에 맞게 사문이나해야지
-
현역들 진짜 슬슬 오나 10
흐흐흐
-
풀었던 문제 중 안풀렸던거 다시풀어보는 과정도 필요하죠? 다시풀어보는 이유는 뭘까요?
-
탈릅했나 그런 의미로 님들이 저 팔로우걸어주셈뇨 맞팔
-
한강물 정수해서 팔면 서울시민 내 오줌 먹는거 아님? 5
라고 챗gpt가 쓰래요
-
합답형이 재미는 있었음 11
대부분이 ㄱ,ㄴ,ㄷ 5번을 정답으로 삼고 있는 문제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1번 ㄱ...
-
Valley ai 진지하게 투자 공부하고싶은 사람이면 ㅊㅊ 가볍게 보기엔 좀 비쌈
-
상온 양자역학 발견 10
상온 수학 발견 상온 물리학 발견 상온 중력 발견
-
열매 안 먹어도 짜피 수영은 모다는데
-
개서리같음 얘만머리에안들어옴
-
네 접니다
-
좋아하는 가사들 3
꽃에 망령 - 나는 그리고 있어, 눈에 비친 것은 여름의 망령이야 구두의 불꽃 -...
-
수능수학이랑 비교하면 난도가 어떤가요??? 검색해보니 어려운4점문제보다 어려운...
-
임시프사변경 4
아마 한동안 최애만화일듯 그래서 이거 6권 한국에 언제나오죠.
-
그저 웃어주는 널 바라보면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해져 늘 서툴렀었던 내 못난 표현에도...
-
07 인강 고민 9
결국 메가패스를 끊엇습니다.. 수학은 현우진선생님 들으려는데 수1 수2 는 아마...
-
아 서울대 경제학과 가고싶다 -> 그래도 문돌인데 1년 태우는게 맞나 -> 내가...
-
정시 화미동사사문 수학 (작수2컷) 국어 영어 못함 천문우주학과 대충 32311이...
-
주왁구 옥주희 하고싶은데 아직도 9일이나 남았다
-
당연한소리긴한데 9
영어공부 ㅈㄴ하기싫어도해야겟지..? 3따리라면..? ㅈㄴㅈㄴㅈㄴ하기싫
-
글 다쓰고 글쓰기 버튼 눌렀는데 로그인이 필요하다며 안써지고 나갔다 들어오니까...
-
아니 큐브 행렬 뭔데 16
야
-
갑자기 질문 동시에 세 개 뜸
-
여행옷고르는중에옷안에서나오네 벌써이럴나이는아닌데…
-
ㅇ
-
자격증 두개 따면 ㅈ간지일 것 같음 시너지 나는 걸로다가
-
ㅎㅇㅎㅇ 0
-
아니 난 행렬 모른다고
-
강k 32개짜리 서바 28개짜리 이런거 벅벅하고싶은데 답지랑 문제지랑 따로노는거...
-
제이팝 추 0
아 미리 써뒀던 거구나 ㅋㅋㅋ 칼럼은 7ㅐ추야
지문보다는 선지와 보기만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는 저희 학교쌤과 어느 정도 유사한 의견 같구만유
확실하지는 않아도 의심할 만한 풀이는 가능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감각적 직관 ㄷㄷ
??? : 감각적으로 직관이 들어와야 해
확실히 명확한 근거없는 풀이긴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게 있으면 찍어요.
그리고 이런건 싹다 문학임
약간 '문학에서의 감' 이란게 있는건 알지만 막상 또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해보시는걸 보니 좀 다른것 같네요 ㅋㅋ
솔직히 정합적이냐고 물으면 아니지만 마지막 비기로 나쁘지 않다는ㅎㅎ
문학 저런 감을 과하게 쓰면 17분대도 나오긴 하던데 그러다가 정답률 확 떨어질때도 많아서 조절이 필요한것 같긴 해요
말하신대로 마지막 수단도 괜찮은것 같네요
결국 시험장에서 맞으면 장땡이죠
맞아요 이 칼럼의 내용은 오직 실전에서만 유용하죠
하지만 그렇기에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다뤄봤습니다
1. 정서 파악하고 이에 따른 허용 가능성으로 판단
2. 객관적 설명상 불일치나 모순이 있는지 판단
수능 국어 문학을 이렇게 접근하는데 많이 유사하네요
피렘님 들으셧나 ㄹㅇ
시험장에서의 감각적 직관이 이런 거군요
이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ㅎㅎ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정말 좋은 글 이네요
좋게 평가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과외나 현강을 들을 여건이 못 돼서 그런데 혹시 추천하시는 인강 강사님이나 교재 있을까요?? 쓰신 글 읽어보니 제가 생각하는 국어의 방향과 비슷한 것 같아서요!
헉 어느 부분이 어렵게 느껴졌나요
사실 저도 뭐가 맞는 풀이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수험생 입장에서 고를 수만 있을 뿐
몸이 발작을 일으켜요 ㄷㄷ
그런 의미에서 존경합니다...! 칼럼 가끔씩 챙겨봤습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예전에 오르비에서 본 적 있던 이원준T의 풀이 냄새가 솔솔 나네요...그 글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산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시중을 받으며 사는 것이기 때문에 적막한 분위기일 수 없다] 라며 선지 내에서 제공하는 어휘의 엄밀한 정의를 사용하더라고요.
비문학에서도 이런 풀이가 유용했던 경험이 있는데, 느낌만 대충 흉내내보자면....예를 들어서 "유사하다"는 표현이 있다면 'A와 B가 유사하려면 절대 A = B 일 수 없겠구나. 이 선지가 말하고자하는 바는 결국 둘 사이의 유사성이 아닌, 되려 완벽한 구분이구나' 라고 정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22수능 같은 경우 가까운 것은 친하기 쉽다는 근거가 지문에 있었습니다
적막하다의 사전적 정의를 알았다면 더 간단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