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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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만나자마자 뭐라구?
도대체 '접사를 품은 파생'이 뭐냐구?
아, 맞다.
가는 곳마다 그 소리가 들렸지.
아직도 음운... 참 여긴 단어 나라지.
단어인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그래.
올비야,
단어 나라엔 8년마다 큰 축제가 열려.
이때만큼 바늘귀들이 바빠지는 날이 없지.
전할 소식이 넘치거든.
스키마가 딱 나타나기 전이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분위기였어. 그때 기억이 생생하네...
음, 누가 뭐래도
화려한 축제의 대미는 공연이야.
이땐 온 문법 세계가 들썩인단다.
각 나라의 궁에는 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지.
모든 백성들의 눈이 단어궁으로 쏠려. 공연의 결승전.
너무 아름다운 얘기였어.
그 공연이 바로 '접사를 품은 파생'이었어.
결승전에 함께 올라왔던 '관형사는 조사를 싫어해'도 만만치 않았지만...
참, 올비야,
지난번 형태소님을 만나 본 소감은 어때?
정말 친절한 분이시지?
단어왕은 매우 공평한 분이시지.
형태소님은 단어왕의 유일한 아들이지만...
서쪽에 있는 작은 형태소성만 맡기셨거든.
욕심이 없으셔. 형태소님은.
그리고... 그 형태소님을 모시는 이들이 내 절친 '자의실형'이야.
올비야,
그때 자의실형이 깜빡 잊었다면서
올비에게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래 생각났어.
품사성에 가서 '용언의 어간'에게 형태소성에 오면
의존방에 먼저 와달라고, 아니지, 실질방이었나?
이런 나도 헷갈리네...
참, 올비야,
우린 이제 어접성으로 갈 거야.
다행히 아직까진 별 일이 없네.
근데 왠지...
올비야,
단어 나라에는 세 성이 있다는 거 기억하지?
형태소성, 어접성, 품사성...
형태소성이 아담한 분위기라면 어접성은 규모가 대단해!
어접성은 세 신하가 주관하는 곳이라고 해서 삼신성이라고도 불려.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오랜 세월을 보낸 신하들이야.
단일어님, 합성어님, 파생어님...
합성어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분이 바로 어근님이야.
핸섬하고, 명석해서 단어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파생어님에게도 딸이 하나 있었지.
뭐야? 벌써 눈치챈 거야? 그래 맞아. 접사님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솔직히, 이건 모두 자의실형의 표현이야.
꼭 이런 식으로 얘길 하거든.
올비야,
결국 두 분의 사랑이 이루어진 셈이지.
물론 그 뒤에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전혀 몰랐지만...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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