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NMyxIwJQucsP [654708] · MS 2016 · 쪽지

2016-03-11 22:13:25
조회수 18,543

재수해서 전문대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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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고3 수능을 마치고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이정도, 이정도 학교? 그런데 탈락할수도 있고 추합될수도 있고.."
"선생님, 전 그냥 올해 열심히했으니까.. 그냥 A대 갈 생각도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살며시 미소를 띄며 말하셨다.
"학벌이 너의 발목을 잡을수도 있어. 족쇄가 될수도 있단거지. 
너라면 1년 더 하면 충분히 올릴수 있을것같다."

나는 후회없던 1년을 보냈기에 그 말이 고깝게 들리진 않았다.
물론, 절대적 기준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건 아니였다.
단지 내 생에 있어 날 극한으로 밀어붙였던건 거의 고3이 처음이였으니까.
그래서 난 여전히 고3의 생활을 고통스럽지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재수생활, 하루하루 무기력. 하루하루 우울.
내 재수생활 1년을 요약한다면 저 두 단어가 가장 핵심이 아닐까.

그렇게 지나간 1년의 결과치는 현역때보다 더 떨어진 성적.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원망스러워졌다. 내가 A대에 가겠다고 했을때 말리지만 말았으면 하는 책임감 떠넘기기. 

난 결국엔 A대에 왔다. 심지어 더 떨어진 성적으로. 
그리고 현역 정시 모집땐 원서접수를 안해봐서 몰랐는데, 난 인서울 4년제에 갈 수 있었던 성적이였다. 물론 하위권대학이였지만 말이다. 

그때 선생님이 나에게 말하며 보여준 대학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후회를 할 겨를없이 난 집앞 인서울 A전문대에 진학했다.

사실 삼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1년의 패배의 깊이는 생각보다 컸다. 
그래서 난 그냥 반수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어문계열 아무과나 선택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3개월을 지냈고 개강을 했다.

내가 개무시했던 전문대인데, 내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어떤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하길래 애들이 웃는건지 모른다.
반수하겠다며 과행사도 다 나가질 않아 이미 끼리끼리 뭉쳐있는 애들을 보면 혼자 2인 책상을 쓰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와서 이게 무슨뜻인지 발표를 하고, 단어 뜻을 쓰고, 바로 작문을하고 그런 과정이 너무 괴롭다.
내가 개무시했던 전문대의 애들보다 내가 더 못한다는게 느껴지는게 너무나 괴롭다. 정말로.

'자퇴하고싶다' 하루에도 몇천번, 아니 몇만번이나 되뇌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자퇴한다고해서 나아지는거라곤 없다. 

그러다 새벽5시까지 단어를 외우고, 기본 철자를 외우며 느꼈다.
심장에서 뜨거워진 혈류를 느꼈다. 오글거릴지도 모르지만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항상 삼류인생을 살았던 내가 새벽5시까지 철자공부를 하고, 9시 수업을 나가는 날이면
약간 기분좋은 피곤함에 아주 희미한 기쁨이 올라온다.

나는 이겨낼것이다. 맨날 지는게 습관이 됐었으니까.
이겨내보고 싶다. 치열한 1학기를 마치고, 수능에 대한 마지막 도전을 할것이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진심으로 울고싶어 미칠것같지만 이겨낼것이다.

전문대에서 반수하는게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실소가 터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겨내보고 싶다. 


뻘글 죄송합니다. 일기장입니다...
그리고 제 주제에 전문대를 너무 깍아내려 죄송합니다 . 댓글 달아주지말아주세요 ㅠㅠ 
상처받을것같아요 물론 글도 안보시겠지만 ..... 다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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