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DO [629259]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6-11-27 01:40:04
조회수 12,661

늦은 2017 수능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9809279

벌써 수능 본지 열흘이 다 되어가는 판에 늦은 후기를 적어봅니다.

저에게 수능은 면접 보러 가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지균을 받았기 때문에 저는 최소한 세 개의 2등급이 필요했습니다. 과탐의 경우는 두 과목이 모두 2등급 이상이어야 하나 2등급으로 쳐줬습니다. 이걸 못 맞추면 서울대 면접 자체가 날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수능 날 아침은 간단히 장조림에 계란찜을 먹었고, 무난하게 도착하여 담임선생님을 뵙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같은 시험장에 몇몇 있었습니다.

0교시 때 저는 이원준 선생님이 배포하신 비문학 지문을 풀었고, 기분 좋게 다 맞았습니다. 뭔가 더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가로막았던 것 같고 1교시 국어시간이 다가왔습니다.

1교시 국어 시간 시작하기 전에 시험지 확인을 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연행가가 나와서 띠용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화작을 풀기 시작했는데 이런, 수능완성 비문학 지문에서 본 것 같은 내용이 화작으로 들어가있습니다. 하지만 푸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서 수월하게 풀었던 것 같습니다. 문법으로 들어갔는데 12번에서 막혔습니다. 마찰음 파찰음이 뭐더라 마찰음은 ㅅ인데...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1,5번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뭘 골라야할 지 계속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5번으로 찍고 넘어갔는데 13번이 또 신기한 게 나왔네요. 벙 하다가 5번 찍고 일단 넘어갔습니다. 15번에서 사동 피동을 물어보는데 사실 제가 이걸 잘 구분을 못합니다. 그래서 일단 그럴 듯 해보이는 걸로 찍고 넘어갔는데 비문학이 포퍼였습니다. 멘탈이... 힘들게 힘들게 풀고 넘어가니 장문의 소설 지문이 등장하더군요. 평가원 개새... 하면서 풀었더니 이번엔 김수영 시인의 시와 극 문학을 엮어놓았더군요. 평가원 나쁜새... 하면서 풀었더니 이번엔 생물지문이 나오더군요. 이건 그래도 그럭저럭 어렵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다음 지문이;; 보험? 으앙 하면서 풀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연행가인데, 이건 그래도 평가원이 양심있게 어렵지 않게 낸 듯합니다. 겨우겨우 다 풀었더니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빠르게 마킹을 하는데 엥 4444544? 이상하긴 한데 틀린 건 없으니 뭐 일단 넘어갔습니다. 문제의 13번, 5번을 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현대엔 자동사가 안되어서 3번으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마킹하고 가채점하고 마무리지었습니다.

2교시 수학 시간입니다. 평소에 실모 풀면 실수가 잔뜩 터지던 저인지라 더욱 세심히 풀었던 것 같습니다. 쭈욱 풀어서 19번까지 풀고 20번을 들여다 보니 합답형 문제였습니다. 음 뭔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도 만만해보이는? 21번을 건드려보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생각한대로 잘 풀렸습니다. 이후 22번부터 28번까지 열심히 풀고 20번으로 돌아갔습니다. 19번까지 세어보니 5가 세 개더군요. 그래서 왠지 5번일 것 같았습니다. ㄱ은 맞았습니다. 근데 ㄴㄷ을 영 모르겠는데, ㄷ이 맞으려면 ㄴ이 반드시 맞아야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ㄱㄴㄷ로 선택하고 넘어갔습니다. 29번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가 한 30-40분 정도 남았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침착하게 문제를 읽고, PQ의 길이를 구하라고 하길래, 우선 OQ-OP로 쪼개 보았습니다. 그후 수직인 것에 착안해서 제곱을 한 후 루트를 씌우는 전략으로 해보았습니다. 그림을 열심히 그려 열심히 풀어서 값이 나왔는데, 4 + 96/25의 제곱근이었습니다. 아 이게 제곱수여야 하는데 제발 제발 하면서 더했더니 196/25. 196이 제곱수인가??하면서 14를 제곱해보았더니 196이 나오더군요. 그렇게 14/5쓰고 30번을 보았는데, 아 이건 내 문제가 아니다. 생각을 하고, 우선 마킹을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27번을 실수해서 수정을 하였습니다. 마킹이 끝나고 30번으로 돌아갔지만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5로 찍었습니다.

점심 후 3교시 영어시간이 되었습니다. 듣기를 들으면서 뒤의 문제들을 푸는데, 평소처럼 30번까지 푸는 것은 무리였고, 28번까지 풀었습니다. 이후 29, 30을 어렵잖게 풀고 빈칸추론으로 넘어갔습니다. 31번. ebs인 것 같긴 한데 빈칸에 들어갈 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쭈욱 읽고 빈칸으로 가니 in itself가 있더군요. 아 그럼 그 자체로 목표니까 end네 3번. 32번. Temporal resolution. 이게 뭐지... 비연계인지 연계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쭈욱 읽다 보니, 아 어디는 annually 어디는 weekly 다양하구나. 그러면 meet the requirements of your inquiry. 33번. 부정적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빈칸 주위가 이상하게 느껴짐. 띠용하면서 보기를 보니 1번이 짧고 굵은 게 답 냄새가 나긴 나더군요.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occurrent는 뭐지... 좋아. 좋아하면 굳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 긍정적 감정이 없으면 ~를 의심할 수 있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이 증거가 될 수 있다. 아, 그러면 생각을 해보길, 사랑을 하는데 감정표시가 없으니 의심스러울 수 있겠네 그래서 증거로 부정적 감정을 이용한다 이거네 그래서 1번이구나. 다음 34번. 아 건축물 좋아. 얘네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려주는 거구나. 그러면 function이겠네. 2번. 빈칸추론을 보아하니 33번이 오답률 1위가 되겠네 생각을 했습니다. 남은 문제도 술술 풀어서 20분이 남아, 여유있게 검토 후 마킹 및 가채점을 했습니다.

4교시 한국사 및 과학탐구 시간. 한국사는 가볍게 풀고 나서 눈을 붙일랑 말랑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선택은 생명과학1이었습니다. 어수룩하게 문제지 집어넣는 척 하면서 앞의 2문제를 먼저 풀고 시작했습니다. 그나저나 과당이 나올 줄이야... 쭈욱 풀다가 보니 다인자 연관은 어렵지 않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계도를 안 주고 유전 문제가 나온 것이 있어서 백호 선생님의 모의고사가 떠올랐습니다. 쭉 다 풀고 17, 19번이 남았는데, 17번을 먼저 푸는데 헤매다가 시간을 좀 써서 19번을 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 어차피 못 푼다고 느껴서 마킹 및 가채점을 했습니다. 4번이 6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찝찝하긴 한데 뭐 틀린 부분이 없으니.. 하면서 19번은 3번으로 찍었습니다. 2선택 화학2, 열심히 풀었습니다. 화2에 시간을 엄청 쏟은만큼 결과가 나오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4페이지 들어갈 때 분명 10분 넘게 남았던 것 같은데 그냥 멘탈이 붕괴되었습니다. 끝까지 못 풀어서 결국 전부 3번으로 밀었습니다. 그와중에 가채점은 또 다 했습니다.

다 끝나고 30분 정도 대기 후 나와서 어머니를 뵙고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하여 함께 한강을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 때까진 점수를 몰랐으니 멘탈이 터진 상태였고 세 개 2등급 못 받으면 내일 학교 안 갈 거에요 하면서 통화를 했습니다. 집에 도착 후엔 회를 먹으러 갔고, 외식 후 돌아와서 운명의 채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국어 영어는 걱정이 없었던 게 아무리 못해도 2등급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입니다. ebs에 들어가서 가채점표에 작성한대로 입력하고 확인을 눌렀습니다. 100점이었습니다. 저도 어리둥절했습니다. 어 엄마 나 다 맞았는데?하니 어머니가 더 난리셨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고요. 그 후 솔직히 가장 중요했던 수학의 답을 다 입력했습니다. 딱 30번 틀린 걸 확인했습니다. 아 됐다. 최저는 다 맞췄다. 다행이다. 이 생각만 들었습니다. 영어 답을 모두 입력했습니다. 100점이었습니다. 이거는 솔직히 다 맞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사를 입력했습니다. 50점이었습니다. 생1을 입력했습니다. 딱 19번만 틀리고 47점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기분이 좋았긴 했습니다. 화2를 입력했습니다. 181920 다 틀리고 앞에도 두개를 추가로 틀려 38점이었습니다. 뭐 썩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닌데 저는 최저를 모두 맞추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수능 당일에 오르비로 복귀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수시러여서 사실 이 점수들과 백분위가 의미는 없습니다. 등급이 훨씬 중요했죠. 그래도 한 번뿐인 수능에서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저의 가채점표입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