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서 공부법(2) 보충 - 도대체 뭘 기억하라는 걸까?
게시글 주소: https://old.orbi.kr/00042972061
안녕하세요. 지난 독서 칼럼들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칼럼은 독서 공부법(2)의 보충 설명 관련한 칼럼입니다.
가벼운 느낌으로 앞 칼럼들과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2수능 국어 백분위 99 수험생의 독서 공부법(2) - 지문을 읽는 순간 문제는 이미 풀려 있어야 합니다.]
I. 들어가며
이 부분을 댓글로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고 쪽지로 질문 주신 분도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문을 외워라' 이게 무슨 말이지?
시험장에서 실시간으로 지문을 외우라고?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거처럼,
여기서 말하는 암기는 지문을 절대 까먹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해하고 난 다음에, 지문의 내용을 곱씹어 보라는 뜻입니다.
간략하게 설명이 가능하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II. 기억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지난 칼럼과 연결되는 느낌으로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
(1) 지난 지문 요약
본론으로 가기 전에, 지난 지문(20 수능 비문학 첫 지문)을 한 번 요약해볼까요.
2020학년도 수능 독서 [믿음에 관한 논의] - https://orbi.kr/00042901273
위 링크의 칼럼과 비교하면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1. 믿음에 관해서 말할 때, 전통적 인식론과 베이즈주의로 나뉩니다.
2. 전통적 인식론은 참 / 거짓 / 둘 다 아님 의 세 가지 케이스로 믿음을 설명했고,
베이즈주의는 믿음은 정도의 문제라고 봤습니다.
3. 정도의 문제라는 건? 강하게 혹은 약하게 믿을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4. 참 30 거짓 70의 정도로 어떤 명제를 믿는다고 해도 맞는 말이겠죠.
5. 그에 더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명제가 있는가 하면,
아예 관련 없는 명제끼리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6. 그리고 특별한 이유 없이 믿음을 바꾸는 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2) 그래서 이유가 뭔데?
6문장으로 요약해둔 지난 지문의 내용을 보죠. 제가 말하는 '외운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지문 전체를 일일이 다 설명했나요? 저 내용은 제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겁니다.
딱 그만큼입니다. 읽고 이해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활용하자.
저는 이제 베이즈주의가 활용될 지문(특히 수학적인 확률 관련 지문)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 6문장이라도 말이죠. 지난 칼럼에서 설명 드린 '배경지식 급조'는 이런 의미입니다.
그냥 매일 3지문 이상의 비문학을 풀고, 복습해서 말로 설명해봅니다.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겠죠. 저도 그러고 나서 까먹습니다. 하지만 해당 소재에 대한 익숙함과 어렴풋한 '배경지식'은 온전히 본인의 머리에 남습니다.
또한 저처럼 수많은 훈련을 통해 기억'되는' 지문의 내용이 늘어난다면? 성공입니다.
그야말로 양치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거죠.
하다 보면 지문 전체가 기억'되는' 경우가 있어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 최총 단계가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시험장에서조차 실시간으로 지문의 내용을 기억하기' 입니다.
그럼 결국 본질만 놓고 보면, 기억'되는' 부분이 많아야 유리합니다.
어떻게 시작하는 걸까요. 관념적인 이야기는 앞 칼럼에서 말씀드렸으니,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세계사
어차피 두 가지로 설명드릴 테니,
세계사만 보면 울렁거리시는 분들은 아래 수학 파트로 가시면 됩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었던 '사라예보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지 아시나요?
1914년 6월 28일입니다.
호찌민이 베트남 민주 공화국을 세운 건 언제인가요?
1945년 9월 2일입니다.
국어 칼럼 쓰다가 갑자기 세계사 연표 얘기를 왜 할까요?
6월 28일은 저희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의 생일입니다.
9월 2일은 제가 존경하는 은사님 생신입니다.
살짝만 더 깊게 볼까요?
인노켄티우스 3세는 교황권이 극에 달했을 때 재위에 있었던 교황입니다.
재위기간은 1198~1216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는
1945년 12월16일 ~ 12월 25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1216년. 12월 16일. 쓰다 보니 방금 알았는데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네요.
글을 쓰면서, '크리스마스'에 끝났었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금 인터넷 검색을 전혀 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올해 세계사도 만점이고, 모든 연표는 이렇게 외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인물일지도 모르죠. 인물의 생몰년도, 심지어는 사건의 월일까지도 외우니까요.
세계사 칼럼이 아니니 이쯤 하고, 이제는 거의 눈치 채셨을 거 같네요. 수학으로 가겠습니다.
2. 수학
수1 삼각함수 관련해서 공식이 정말 많습니다.
12가지, 많게는 16가지로 설명하는 문제집도 있습니다.
아래 공식을 잠깐 살펴 보죠.
a+b = π 일 때 (π 공식)
sin a = sin b
cos a = - cos b
tan a = - tan b
a+b = 2π 일 때 (2π 공식)
sin a = - sin b
cos a = cos b
tan a = - tan b
복잡하게 뭐가 많네요.
당연히 증명을 모두 해봤습니다. 이제 저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π 공식은 sin 전용, 2π 공식은 cos 전용이네? 그런데 전용이 아닌 경우에는 마이너스(-)를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구나"
단 한 번도 헷갈린 적이 없습니다.
제가 모든 공부는 본질적으로 다 똑같다고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국어로 다시 돌아가서,
아예 관련 없는 명제끼리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 관련이 없으니까 당연히 영향도 안 주지
특별한 이유 없이 믿음을 바꾸는 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 쓸 데 없는 짓 하면 당연히 피곤하지
저는 이런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시험장에서 곧바로 암기'되었습니다'.
세계사와 수학, 그리고 국어. 뭔가 보이시나요?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건지 아시겠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최초 정답자가 될 기회입니다.
보상은 없습니다:)
III. 마치며
오늘 제가 말씀드린 것들 역시, 무의식적으로 이미 가능한 학생도 있을 겁니다.
'외운다'의 원리가 이해되시나요? 인간의 뇌는 그렇게 작동합니다. 본인이 납득할 만한 논리로 지문을 이해하면, 지문이 외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만의 말로 이해하기'가 엄청난 위력을 가진 이유죠.
저 설명으로부터 지문을 기억한다는 의미를 깨닫고, 계속 연습하세요. 지문으로 되돌아가는 횟수가 줄면 줄수록 풀이 시간에 여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재능의 차이는 시작할 때만 유효합니다.
지문을 기억한다는 의미를 알아도, 오랜 시간 동안 안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방법론을 듣고 하루 만에 적용이 가능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 부분만 재능의 영역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재능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국 첫 단계가 익숙해지는 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의 차이죠.
그 뒤로는 누가 더 많은 지문을 머리 속에 담았느냐, 즉 누가 더 많은 시간을 투자 했느냐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압도적 재능을 가진 사람은 분명 있겠지만..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거나, 어떤 칼럼을 썼으면 좋겠는지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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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납득할 만한 논리로 지문을 이해하면, 지문이 외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기출을 보고 강의를 들으면서, 머리로는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납득하고 이해한것 같은데 머리 속에 잘 남지 않고, 문제를 풀다보면 불안해져서 한번씩 돌아가봐야 해져요. 저 자신을 납득했다고 속이고 있는 걸까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일단 강의를 듣고 납득하는 건 '본인'이 납득한 게 아니고 '강의'에 의해 납득'된' 거라고 봐야 합니다. 그 논리가 본인의 사고와 같으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을거구요.
그렇지 그렇지를 시전해도 기억에 남으려면 평소에 설명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됩니다. 그 대상이 부모님이든, 형제든, 심지어 잔디 인형이든 상관없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한 거 같아도 아마 입으로 설명하면 막히실 겁니다
말하자면 속인다는 느낌보다는 속은 거죠
강의 듣고 나서, 책(또는 지문)을 덮고 혼자서 처음부터 설명해보세요. 처음에는 잘 안 될 건데, 하다 보면 말씀하신 거처럼 그렇지 그렇지 하고 넘어가도 자신 있게 풀 수 있을 거 같네요
추가로 문제 풀다 불안해지는 거 방지하려고 기출이랑 실모가 있는 겁니다. 틀려도 인생이 바뀌지 않으니까요. 일단 정답이다 싶으면 과감하게 체크해보세요. 맞았을 때의 올바른 사고, 틀렸을 때의 기분 나쁨이 각각 머리 속에 자리 잡습니다.
자신 있게 체크하는 걸 수없이 반복하고, 그 과정 속에서 틀렸을 때의 기분 나쁨을 마음 속에 새기다 보면, 어느 새 올바른 사고만이 머리 속에 남습니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도 길게 답변 드리는 이유는, 그 '자신감 부족'과 '불안감'은 저도 완전히 똑같이 겪어 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잘 안 고쳐집니다. 그래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제가 국어에서 필리핀 1타강사랑
오후 6시에 일어나시는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좋았던 기억이 많이 나는데
제가 그분들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해했지? 납득할수 있지?" 하면서 설명하듯이 지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지문으로는 강의를 할 수 있겠다! 하는 정도까지 이해를 하면 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할 수 있겠다는 느낌도 좋지만, 강의를 직접 해보는 게 훨씬 효과가 큽니다. 머리 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막상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하면 막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게 완전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강의라고 하니 거창하지만, 거울 보고 스스로에게 하셔도 됩니다.
작은 소리로라도 소리 내서 설명하는 연습을 습관화하시는 거 추천드립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감사해요!!
그런데 필리핀 1타 강사랑 오후 6시는 누구 말씀하시는 건가요 ㅋㅋㅋㅋ
요 위에 댓글은 읽으셨으면 지울게요!
ㄹㅈㄷ
쓰고 보니 확실히 알겠네요
이 칼럼은 님한테 헌정하는 칼럼인 걸로ㅎㅎ
감사합니다!!
정성추
어릴때 책 많이 읽으셨음?
저도 그렇게 막 많이 읽은 편은 아니에요 저도 집에선 무식하다는 소리 들을 정도인데, 수능 비문학 보는 거나 대학 교양 수업 토론 때 보면 요즘 사람들이 책을 덜 읽기는 하는 거 같네요 아무래도 시대가 변하다 보니.. 편한 만큼 사고력 개발은 좀 덜 되는 거 같기도 해요
와 저랑 국어 지문 읽는 방식 똑같아요 소름... 매번 남들이 국어 어떻게 잘하냐고 물으면 지문을 외우라고 하는데 다들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 글 보여주면 되겠네요
이걸 지문 읽고 분석한 후에 하시라는 말씀인가요?? 아님 문제풀이 중에 (시험 도중에) 잠깐 멈추고 실시간으로 외우라는 건가요??
평소에 공부할 때 그렇게 하라는 뜻입니다. 말씀드렸지만 수많은 연습을 거치고 나면 시험장에서조차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시험 칠 때 잠깐 멈추고 뭐 할 겨를이 있나요. 정말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될 때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그냥 머리 좋게 잘 태어나신거죠 뭐
감사합니다^^
PDF는 사라졌나요?
이전 칼럼들은 PDF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PDF로 바꾸어 재업로드 중인 거에요..!
아하 그렇군요! 그럼 이 글도 곧 PDF로 볼 수 있는 거네요?
네 작업이 끝나는 대로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PDF가 확실히 인기가 많긴 하네요
아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파일형식으로 되어있는게 보기 더 수월하더라구요
오르비 글은 스크롤 내리면서 몰입도가 깨지는..ㅠ
나왔습니다!!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면 이미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머리에 들어와서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외워‘진다’.